사랑한다면/정성태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지녔다면 사랑한다고 말하십시오. 보고 싶은 마음을 지녔다면 보고 싶다고 말하십시오. 사랑과 그리움에 무슨 셈법이 필요하겠으며 또 거기 자존심이 깃들겠는지요. 우리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우리는 사랑해야 할 존재입니다. 서로 등 기대어 나눌 마중물.. 정성태 [시집] 2012.07.09
상실의 늪/정성태 상실의 늪 몇 개의 후비진 골목을 지나 꿈이 질식한 검은 불빛이 쓰러지고 창백하게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은 정신병동으로 실려 나갈 몇 개의 절차만 남겨 놓은 채 디오니소스! 당신의 구원을 바라는 뼈마디에선 광이 나고 그래서 더욱 후비진 긴 꼬리표를 어루만지며 춤을 춰요 골수에서 .. 정성태 [시집] 2012.07.04
변방에서/정성태 변방에서 시리다, 마음자락 행간에 스미며 서걱대는 갈바람 소리. 날은 차갑게 저물고 갈잎은 떨어져 지는데 한밤에 생각나는 너와 나누던 살갗의 그리움, 사랑은 그리 허무한 추억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7.03
고독하다는 건/정성태 고독하다는 건 억겁에 다다를 듯 허망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고독하다는 건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확신없는 것들과 그 생각들이 분해되며 거기 암묵적으로 시간을 소진하는 진실은 또 얼마나 옹색하고 구차한 일이던가. 숨 가쁘게 이글거리는 허욕의 불꽃을 다스리며 고독하다는 건 .. 정성태 [시집] 2012.06.23
진국을 얻기 위해선/정성태 진국을 얻기 위해선 진국을 얻기 위해선 솥에 사골을 넣고 물을 충분히 부어야 한다 불꽃을 지펴 골수가 흘러 나올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진국을 얻기 위해선.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6.20
무의식/정성태 무의식 나는 파도를 마시기 위해 꿈틀거리는 뱃전에 앉았다. 붉은 철쭉보다 짙은 그것은 내 시원에 근거를 둔 가장 깨끗한 분노를 다스리며 저기 저 구멍이 뚫린 그 명징한 한 개의 섬으로 연거푸 발길을 내딛어야 하는 내 의지의 수도 없는 목청이 오늘도 거침없이 파도를 삼킨다. 詩 정.. 정성태 [시집] 2012.06.12
어느 훗날/정성태 어느 훗날 어느 훗날 막막히 갈 곳 모르던 때 밝히 내 사랑이 머무리. 일상적이나 한결 같았던 그 내면의 깊음 위에 깨우쳐 아득한 슬픔도 있으리. 거기 옛 그림자 그대 어둔 가슴에 하나 둘 지울 길 없는 별이 되어 흐르고 망망히 돌이킬 수 없는 나 또한 숨 죽여 울고 가리니...... 詩 정성.. 정성태 [시집] 2012.06.10
내 사랑은/정성태 내 사랑은 지상의 꽃잎이 속절없이 진다해도 내 사랑은 거기 남으리. 온전할 것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사랑만은 여전하여 결 고운 믿음을 숨 쉬리. 굽이지고 바람 찬 이승의 길목에서도 정겨운 마음 함께 나누며 거기 내 사랑은 영속하리.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5.31
물의 미학/정성태 물의 미학 물은 졸졸졸 흐릅디다. 개울을 따라 천천히 그러나 한결같이 흐릅디다. 특별히 도도하지 않아도 제 길을 따라 유유히 가야 할 곳으로만 흐릅디다. 물은 거기 그럽디다. 그래서 늘 믿음이 가고 그래서 또 평화롭기만 합디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5.27
사의 개가/정성태 사의 개가 밤을 달려 대롱진 침묵의 파음이 그어진다. 꽃이 지듯. 낙엽이 지듯. 안개옷을 곱게 벗은 자리 어둡고 지리한 공간을 지나 은빛 순결이 흐른다. 기쁨은 축복한 의무를 안고 강이 되어. 생명이 되어.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5.25
애모의 노래/정성태 애모의 노래 뭐라 규정지을 것인가 내 안의 너의 사랑 또한 너 안의 나의 사랑을 감득하는 우리의 사랑은 크다 그러나 서로의 발길은 멀기만 하여 하늘도 슬픈 듯 얼굴을 가리웠다 언제쯤일까 맞닿은 체감의 선상에서 자유로운 일치의 날들은...... 마주서야 한다 선채로 하나됨의 뜨거운 .. 정성태 [시집] 2012.05.23
비운다는 것에 대해/정성태 비운다는 것에 대해 나와 끈적이던 인연들, 이제 하나 둘 내다 버릴 때도 된 듯하다. 탁한 물속에 유배된 어항 안 물고기가 그렇고, 작년 언제쯤 죽어 이젠 가지조차 말라비틀어진 화초 몇 개도 그렇다. 어디 그것들뿐이랴! 살을 부빈 인연도 정히 가고 오는 기한이 있거늘, 설혹 죽도록 아.. 정성태 [시집] 2012.05.19
황혼/정성태 황혼 저문 강둑을 따라 이승의 하루가 저문다. 사랑도 그렇거니와 슬픔과 절망도 그리고 마침내 죽음마저도 세월의 뒤안길에 서면 그 모두가 거룩한 이름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5.16
주변인 백서/정성태 주변인 백서 지금 너와 내가 주고 받는 언어는, 눈물 젖은 경륜의 이력이거나, 혹은 쓰리게 아픈 재단일 것이다. 이미 차갑게 굳어버린 내게, 설혹 잃어버린 왕국을 얘기한들, 그 극명히 꿰뚫는 바람의 전갈을 어쩌란 말인가. 그 날, 기약 없이 돌아서는 눈길 사이로, 왜 지독히도 씁쓸한 .. 정성태 [시집] 2012.05.08
그대와의 인연이/정성태 그대와의 인연이 그대와의 인연이 일상의 첫 순간을 적셔드는 아침 햇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가의 천진스런 웃음에 깃든 더없이 선하고 부드러운 천상의 선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벽 끝자락에 맑게 달린 이슬보다 더 빛나는 투명함으로 깊은 믿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함께 .. 정성태 [시집] 201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