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기타] 125

초여름에 만난 서서울호수공원 들여다보기

서서울호수공원은 2003년까지 신월정수장으로 운영됐던 곳이다. 이후 임대주택과 영어체험마을 등과 같은 계획이 있었으나, 최종 시민의 쉼터인 친환경공원으로 조성됐다. 2009년 10월에 개장했으며, 근린공원 성격도 강하다. 공원 내에는 능골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정비돼 있다.도심 대로에서 곧장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주차비는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해 애로점이 따를 수도 있다. 조성된지 오래되지 않아서 수목이 울창한 녹지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작은 호수와 옛 정수장을 활용한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저녁에는 너구리가 다니기도 한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도망가지도 않는다.

정성태 [기타] 2025.06.03

청록색 꼿꼿함과 단아함의 정수 춘란을 그리며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뜻을 지닌 보춘화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토종 난초다. 특히 호남의 서남 쪽인 무안, 함평, 영광, 목포 등을 비롯해 경남 일부지역 야산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흔히 춘란이라고 부르는데, 남획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잎사귀 길이는 30㎝ 안팎으로, 꼿꼿한 자태를 잃지 않은 채 사시사철 진록색을 유지한다. 3월 이맘때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가녀린 꽃대가 잎에 비해 다소 짧은 길이로 올라오며 꽃망울을 맺는다. 개화한 꽃 모양새는 그야말로 단아함 그 자체다.야생에서는 잎사귀의 꼿꼿함이 대부분 소실된다. 비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관리하게 되면 정갈하면서도 꼿꼿한 기품을 잘 느낄 수 있다. 주로 둘레가 좁으면서 길게 뻗은 화분에 몇 촉 심는 경우가 일반..

정성태 [기타] 2025.03.04

동짓날 신당동 천(泉)팥죽집

팥죽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섰다. 신당역 4번 출구로 나가면 곧장 골목길이 나온다. 그 골목으로 약 100m 가량 올라가면 신당동 천(泉)팥죽이 자리하고 있다.동짓날이어서 그런지 골목길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그냥 발길을 돌리려다, 여기까지 온 것이 너무 아까워 줄을 섰다. 추위에 떨며 무려 1시간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포장된 팥죽을 손에 들었다. 집으로 향하다말고 팥죽을 사려는 사람들 행렬을 보니, 여전히 까마득하다.주인장에게 "매년 빌딩 하나씩 올리겠습니다"라며 싱거운 농담을 건넸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새알팥죽 11000원, 팥칼국수 10000원, 작은 포장 용기에 김치, 동치미 각각 따로 담겨 있다. 김치 맛을 보니, 중국에서 수입한 김치가 아니다. 그만하면 착한 가격인 셈이다.동짓..

정성태 [기타] 2024.12.21

빼놓을 수 없는 겨울철 보양식 굴요리

겨울철 보양식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굴이다. 날로 먹을 때 그 풍미가 가장 깊고 좋다. 하지만 자칫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크게 고생할 수 있어서 문제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의 차가운 기온에서도 살아남고, 영상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된다고 한다.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활성이 상실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상 70도에서 5분 이상, 100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해서 먹는 게 안전하다고 한다.굴을 생으로 먹는 것이 꺼려지는 경우에는 석화구이로 먹어도 굴맛이 비교적 충실히 유지된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굴껍질이 있는 상태로 구이를 하기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굴껍질 처치도 귀찮은 일이다. 그런 경우엔 굴찜으로 먹어도 훌륭하다. 또는 굴국..

정성태 [기타] 2024.12.20

농익어 황홀한 도라지 담금주를 보며 정치가 떠올랐다

도라지는 한국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 가운데 하나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속에 함께 자리해 온 매우 친근한 이름이다. 고향의 산하와 정취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꽃은 7-8월에 개화하며 주로 자주색을 보이나, 엷은 청색 또는 백색인 경우도 있다. 30~70cm 가량 곧게 자라는 원줄기 끝에 1개 또는 여러개가 위를 향해 핀다.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자태와 색감이 눈길을 끈다.뿌리는 봄 또는 가을에 캐는데, 섬유질이 풍부하며 사포닌을 비롯해 당질, 철분,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한방에서는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길경(桔梗)이라고 한다. 진해, 거담, 기관지염, 편도선염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항산화 성분이 있어, 면역력 증진 및 체내 염증..

정성태 [기타] 2024.11.25

마침내 떼놈과 쪽발이가 떨게 되리니!

젊은이여! 세계를 향해 나아가라. 개척하고 점령하라. 다시는 떼놈과 쪽발이 따위에게 짓밟히거나 너희의 누이가 농락당하지 않도록 금강석보다 더 강하고 찬란하거라. 매사 예의를 갖추며 유연할 것이나, 내적으로는 더없이 강인하거라.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살펴야 할 것이나, 왜곡과 부당함에는 당당히 맞서고 끝까지 응징하라. 우리는 대륙과 해양으로 향하는 첫번째 관문에 자리한 기회의 출발지다. 그러한 지정학적 여건이 외세에 의한 비운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제 그것을 더없이 좋은 기회로 삼거라. 이는 인간 심리 깊숙이 내재된 미지를 향한 욕망을 자극하는 촉매로 작동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남한만 갖고서는 핵심 관문으로서 지닌 이점과 지위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바로 남북 화합의 중요성을 제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

정성태 [기타] 2024.11.10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선택

개인적으로 개신교 신앙인이다. 그런데 예배당에 출석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간혹 기독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특히 개신교에 대해 더욱 그러한 듯싶다. 나 또한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낼 때도 있다. 여기서 그 점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때부터 지난 시절을 회상하거나 복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생각할수록 삶은 선택의 연속인 듯싶다. 지난 시절의 내 처지와 입장을 대입하면, 주어진 기회가 모두 은혜고 감사였다. 그러나 그때는 그게 축복인 줄 몰랐다. 어느 중형교회 청장년 회장으로 열심히 봉사하던 20대 후반 무렵, 나를 좋아했던 여인이 두 명 있었다. 여러모로 나보다 훨씬 뛰어난 자매들이었다. 출중한 미모 또한 그랬다. 그 가운데 어떤 자매는 다른 ..

정성태 [기타] 2024.11.09

한강 노벨문학상, 김주혜 톨스토이 문학상 소식을 접하며

시골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끝나가는 무렵 광주로 전학했다. 외삼촌들 공부 때문에 외갓집이 광주로 이사하며 나도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 가까운 곳에 학교가 있었으나, 명문을 다녀야 한다는 선친 뜻에 따라 횡단보도를 여러번 건너야 있는 학교에 다녔다. 외갓댁에 오니 삼촌들이 읽었을 듯한 소설들이 보였다. 그걸 닥치는대로 읽었다. '삼국지'도 이때 처음 접했다. 1년 후, 그러니까 초등학교 5학년 2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숙부 근무지가 광주로 바뀌며 생활 공간을 그리로 옮겼다. 1년만에 학교 환경을 비롯해 친구들까지 모두 바뀌게 되니, 적응하기 위한 심적 부담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우울하게 초등학교를 마쳤다. 이후 중학생이 되면서 지금까지 읽은 소설의 9할 가량을 그때 모두 읽은 듯싶다. 당시에는..

정성태 [기타] 2024.10.14

8.000원 주고 얻은 8천만 원짜리 행복

서울 문래동은 고만고만한 규모의 비철금속 관련 업체가 밀집돼 있다. 이곳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경우 나이가 많은 편이다. 국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이을 사람이 지속해 끊기게 되면 어쩌지? 과학기술인을 비롯해, 현장 기능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점심식사를 그들 소규모 업체가 빼곡히 들어선 동네 한복판에서 하게 됐는데, 허름한 식당 벽면에 붙어 있는 차림표에 식사 메뉴가 모두 8.000원이다. 술안주는 또 달랐으나, 여튼 밥값은 동일하다. 제육볶음을 시켰는데, 밑반찬에 이어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량이 푸짐하다. (혹여 돼지고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은 아닐까?) 속으로 은근 걱정을 하며 첫술을 떴는데 괜한 기우였다. 암퇘지를 사용하고 있었고 육질도 좋았다..

정성태 [기타] 2024.10.02

몽양 여운형 생가, 기념관, 자료관 둘러보기

몽양 여운형, 1886년 5월 25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에서 태어났다.독립운동가이자, 중도진보 성향의 정치인이다. 해방 공간에서 김구, 이승만, 박헌영 세력 등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독자 노선을 걸었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매우 포용적 입장을 취하며, 해방정국 혼란기에 국론 통합을 우선시했다.국내에서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지속했기에 민중의 신뢰를 얻으며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동아일보에 의한 신탁통치 오보사건이 보도된 이후 상황이 급변한다. 김구-이승만 등의 반탁 세력과, 박헌영 등의 신탁 세력 사이에 좌우 진영 대립이 격화된다.그로인해 좌우합작을 주장하던 여운형 등의 입지는 좁아져 갔다. 그러던 1947년 7월 19일, 극우 성향으로 추정되는 이필형에게 암살된다. 좌우합작운동도 실패로 돌아가고..

정성태 [기타] 2024.09.07

'오장동 흥남집' 음식값 유감... 청계천 서식하는 잉어,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만나다

'오장동 흥남집', 함흥냉면 전문점으로 상당히 알려진 음식점이다. 이곳에서 식사 약속이 있어 찾게 됐다. 회냉면을 주문했는데, 늘 그렇듯 젓가락질 몇 번 오가면 없어질 양이다. 회도 넣은 시늉에 불과할 정도다. 사리를 추가로 주문했더니 1개당 8천원이다. 많이 올렸다.그런즉 회냉면 15000원에 사리 8000원이니 결국 1인당 음식값으로 23000원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별도의 밑반찬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무생채가 전부다. 그것도 달라고 해야 준다. 유명세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식사를 마친 후 청계천을 따라 걷는데 팔뚝 크기의 잉어가 곳곳에서 보인다. 졸고 있는 청둥오리, 물고기를 낚아채려는 왜가리와 백로도 눈에 들어온다. 가족이 함께 나왔거나 또는 젊은 연..

정성태 [기타] 2024.06.03

박채순 박사님, 문일석 회장님, 박명화 사진작가와 저녁식사

박채순 박사님, 브레이크뉴스 문일석 회장님, 중남미와 한국의 전통 문화를 전문적으로 앵글에 담는 박명화 사진작가와 유쾌한 저녁식사 자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젊은 박명화 작가의 열정도 매우 대단하게 여겼지만, 박 박사님과 문 회장님은 저와는 대략 띠동갑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비전과 실행하시는 모습이 제게 또 다른 도전이 되었습니다. 모든 분의 건강과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정성태 [기타] 2024.05.28

18억7천년된 암석과 대화 나누기... 경기도 화성 국가지질공원

경기도 ‘화성 국가지질공원’은 국내 16번째로 인증 받은 곳으로, 학술적 가치를 지닌 다양한 지질명소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룡알 화석산지, 우음도, 전곡항 층상 응회암, 제부도, 백미리해안, 궁평항, 입파도, 국화도 등 8개 지질명소를 가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최초로 발견된 뿔공룡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 화석인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골격화석을 비롯해 단층과 습곡 등 국제적으로 큰 가치를 보유한 지질유산이 다수 분포한다. 서해안 갯벌, 연안습지, 비봉습지 등 독특한 해양, 습지생태계는 혹고니, 황새, 흰수리꼬리, 매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중요한 서식처다. 지질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정성태 [기타] 2024.04.21

명동성당, 남대문 갈치조림, 명동교자 칼국수

설 다음날, 명동에서 약속이 있어 길을 나섰다. 남대문시장 뒷골목 갈치조림 식당들로 꽉찬 곳에서 점심을 먹고 이곳저곳 배회했다. 명동까지 길을 걷는데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 비율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동남아 쪽 여행객들로 보였다. 명동 대연각 빌딩에 있는 무슨 커피숍에서 꽤 오래 자리했다. 저녁은 명동교자(옛 명동칼국수)에서 먹게 됐는데, 식사 순번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행한 분이 이곳에서만 드시고 싶어 하신다. 연세 80을 앞두고 계시는지라, 눈치 살피며 기다림 끝에 식사를 마쳤다. 날씨가 저 어디쯤 봄을 데리고 온다. 나라의 평안과 이웃들의 행복을 빌어 본다.

정성태 [기타]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