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벗이었으면 좋겠네 그런 벗이었으면 좋겠네 격없이 함께 앉아 몇 사발 나눌 막걸리와 흥에 겨워 불쑥 시를 읊조릴 수 있는 맑은 벗이 있다면 세상은 보다 감미롭겠네. 거기 시국을 논해도 좋을 흐트러짐 없는 신뢰와, 역사와 시대의 대명 앞에서 곧은 기둥을 쌓을 수 있는 결코 잡스럽지 않은 그런 벗이었으면 좋겠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23
갈증 갈증 가파르다, 뿌리 밑둥으로부터 네게로 이르는 길. 부석거리며 위태돕게 흔들리다 지쳐 잠이 드는 목젖이 타고 심장이 터지는 가뭄 깊은 나날.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9
비의 유혹 비의 유혹 샤방샤방 다소곳한 자태가 부끄러이 옷고름 푸는 숫처녀의 몸짓을 닮은 듯, 혹은 먼 기억을 사는 그녀의 숨은 교태와도 같다. 간지럽게 전신을 타는 한창 물오른 가파른 호흡과 거기 내밀하게 전이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위로 비, 본성을 깨우고 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8
삶에 대한 단상 삶에 대한 단상 삶은 그 스스로에게 얼마나 위험한 시험인가? 무욕을 쌓는 것보다 업보의 중압이 더할수록 소스라치는 이승의 질곡. 종래엔 인연도 끊기고 오직 홀로 심판의 길에 들어서는 삶은 그 스스로에게 얼마나 두려운 현존인가?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5
한밤중, 공원에서 한밤중, 공원에서 인적 드문 한밤중, 공원은 평화롭고 호수는 못내 사념을 불러낸다. 살아서 죄가 되고 죽어서 오욕이 따르는 그 무저갱 어디쯤 광분하는 권력의 시대 거기 새겨진 죄목과 얼룩진 이름 사이로 선한 이들이 써내려간 핏빛 선연한 판결문. 온갖 악귀 물리치며 이내 만나게 되리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3
사랑 말리기 사랑 말리기 보이는 듯, 아니한 듯 너의 실루엣, 그 마음 뜨거운 숨결 너머 아는 듯, 모르는 듯 내게 있어 사랑은 차라리 깊은 형벌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09
땅과 씨알 땅과 씨알 무덤 속으로 생명이, 희망이, 기적이 입관하는 땅. 온전히 내어줘야 부활의 하늘을 여는 씨알의 거처, 그 내밀한 이야기.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05
동물농장 선거 풍속도 동물농장 선거 풍속도 함박눈 모양으로 벚꽃, 제각각 흩어져 쌓이는 날 동물농장 식구들 대표 도적 뽑으러 갈테다. 저마다 응원하는 선수 길길이 목청 높여 찬양하며... 오오, 그 맹목의 간극에 깊게 도사린 흡혈의 때, 이내 닥칠 죽음조차 모른 채 봄날의 꽃비 맞으며 가리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02
삶에 대한 소고 삶에 대한 소고 애초 주어진 그대로 만상은 거기 운명되어진 것이거늘 하여, 사랑한다는 것도 열망의 애달픔 또한 한낱 흩어지는 바람이리니 우주의 질서 가운데 그것이 설혹 가슴 뜯는 비극일지라도 그 역시 억겁을 뚫고 온 간절한 그 무슨 인연일지니 그래, 그래하면서 산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31
길을 걷다가 되뇐다 길을 걷다가 되뇐다 길을 걷는가 가끔 거동이 더딘 사람을 본다. 대부분 노약자다. 언젠가는 나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상념에 잠긴다. (인생은 꿈보다 짧고 지식보다 오묘한 의문!) 순간 철학자가 된다. 아직 움직이는 동안 누군가에게 베푸는 삶이 축복임을 되뇐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22
한밤의 기도 한밤의 기도 이제와 어쩌겠는가, 밤이 으슥하게 깊은 젖은 별빛에 아른거리던 골목 어귀 가로등 시야. 뉘우쳐도 돌이킬 수 없는 저 낱낱이 흩어진 시간 속, 다만 그에게도 혹여 삶의 어느 조각 가운데 그리움으로 존재한다면...... 불현듯 드는 어리석음과 그 끈적거리는 추억 사이, 부디 평안하기를 되뇌는 내 울컥거리는 기도만 한밤의 시공간을 가른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17
살다보니 살다보니 살다보니 깨닫게 되더라 고난도 신의 은총이었음을. 고난 가운데 박힌 가시 자국도 그 아픈 상흔도 삶의 양분이 되더라. 스스로를 비춰 심안을 열리게 하는 고난도 신의 은총이었음을.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