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379

고해성사

고해성사 내 한 몸 간수하기도 벅차 그들이 목 놓아 토해내는 단장의 호곡을 듣지 못했다. 굳건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그것이 괴로움으로 켜켜히 내 안에 주검으로 쌓이는데도 나는 끝내 눈과 귀를 가린 채 하루의 양식팔이에만 급급했다. 그대, 결코 나를 청하지 말라. 내 안에 온갖 악귀 활보하며 나는 나날이 죄의 길에 있노라. 詩 정성태 현대문예

정성태 [신작] 2023.11.19

문천지 나라 짧은 회고록

문천지 나라 짧은 회고록 그들의 지랄은 세기적이었다. 범죄 혐의자가 고위직 올라 니들이 뭐 어쩔건데? 도리어 국민 향해 큰소리 쳤다. 달교도 교주 문틀러 아내는 서민 등골 뽑은 전용기 타고 그 피눈물 혈세 펑펑 쏟으며 해외 나들이에 넋을 놓았다. 반면 이 불한당 권력은 가난한 자들에겐 혹독했다 배고픔 견디다 못한 백성이 라면 혹은 계란 훔쳤다고 그 죄를 추상같이 추궁해 창살 안에 징역살이 가뒀다. 그러면서 개혁 복창은 복날 염병보다 더 요란했다. 삐까번쩍 문천지 국가의 이 얼마나 위대한 발광이었나?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3.11.11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생의 어느 한 자락, 타다가 사그라지는 불꽃으로 왔다 갈지라도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숨 막히게 보고 싶다는 단 하나의 거룩한 열망과 숱한 불면의 날을 지날지라도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이제는 달리 무엇으로도 너와 대변될 수 없는 시간과 그 깊고 잔혹한 그리움마저 너를 사랑해서 행복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3.10.16

달빛에 목을 놓고

달빛에 목을 놓고 달빛이 고요를 더하는 이 깊은 밤에 홀로 그리운 안부를 묻나니 내가 사랑했던 여인들 그 가운데서도 유독 아픈 그대가 선연합니다. 잘 지내나요? 살아는 있나요? 그날처럼 예쁜가요? 돌아가는 계절 앞에서 패퇴한 자의 편린과 막혀오는 숨을 토해내며 저 밤하늘 배회하는 달빛에 목을 놓고 오래된 안부를 전하노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3.09.29

가을에 전하는 바람

가을에 전하는 바람 초가을 햇살이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신의 내밀한 섭리에 따라 하늘이 축복을 베푼다. 들녘에는 볍씨가 알알이 영글어갈테고, 과일들도 한껏 제 색깔을 더할 것이다. 신의 은총 가운데 계절은 풍요를 더하지만 그 하늘 아래 가난한 이들의 호곡은 무겁고 어둡기만 하다. 저 무변한 신의 의지를 보라! 나눈다는 것은 서로를 의지한 채 공존하는 전 우주적 법칙이며 스스로를 향한 마음의 보화가 되는 것을 하여, 이 찬연한 가을 앞에 지닌 것의 겸양과 기꺼이 그것을 베푸는 선한 푯대를 세워야 하리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