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잔하는 그에게 묻다 핀잔하는 그에게 묻다 그는 섹스를 하면서도 매번 혁명만을 생각할까? 서정시를 쓴다고 젊잖은 핀잔을 들을 때 문득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 너는 오늘도 발기된 페니스로 혁명을 꿈꾸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5.11
젊은 벗들에게 젊은 벗들에게 온갖 풍상을 겪고서야 과실은 충분히 제맛을 낸다. 숱한 밤낮을 거쳐야만 곡식도 꽉찬 양분을 담는다. 성상의 풍파를 이겨낸 삶이 비로소 혜안의 문턱에 이른다. 청춘의 열정이 필요하나 숙련의 시간 또한 요구된다. 시련과 연단의 과정없이 실패와 좌절의 순간없이 어찌 세상을 아울러 세울 신묘함을 지닐 수 있겠는가?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5.02
그런 벗이었으면 좋겠네 그런 벗이었으면 좋겠네 격없이 함께 앉아 몇 사발 나눌 막걸리와 흥에 겨워 불쑥 시를 읊조릴 수 있는 맑은 벗이 있다면 세상은 보다 감미롭겠네. 거기 시국을 논해도 좋을 흐트러짐 없는 신뢰와, 역사와 시대의 대명 앞에서 곧은 기둥을 쌓을 수 있는 결코 잡스럽지 않은 그런 벗이었으면 좋겠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23
갈증 갈증 가파르다, 뿌리 밑둥으로부터 네게로 이르는 길. 부석거리며 위태돕게 흔들리다 지쳐 잠이 드는 목젖이 타고 심장이 터지는 가뭄 깊은 나날.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9
비의 유혹 비의 유혹 샤방샤방 다소곳한 자태가 부끄러이 옷고름 푸는 숫처녀의 몸짓을 닮은 듯, 혹은 먼 기억을 사는 그녀의 숨은 교태와도 같다. 간지럽게 전신을 타는 한창 물오른 가파른 호흡과 거기 내밀하게 전이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위로 비, 본성을 깨우고 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8
삶에 대한 단상 삶에 대한 단상 삶은 그 스스로에게 얼마나 위험한 시험인가? 무욕을 쌓는 것보다 업보의 중압이 더할수록 소스라치는 이승의 질곡. 종래엔 인연도 끊기고 오직 홀로 심판의 길에 들어서는 삶은 그 스스로에게 얼마나 두려운 현존인가?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5
한밤중, 공원에서 한밤중, 공원에서 인적 드문 한밤중, 공원은 평화롭고 호수는 못내 사념을 불러낸다. 살아서 죄가 되고 죽어서 오욕이 따르는 그 무저갱 어디쯤 광분하는 권력의 시대 거기 새겨진 죄목과 얼룩진 이름 사이로 선한 이들이 써내려간 핏빛 선연한 판결문. 온갖 악귀 물리치며 이내 만나게 되리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13
사랑 말리기 사랑 말리기 보이는 듯, 아니한 듯 너의 실루엣, 그 마음 뜨거운 숨결 너머 아는 듯, 모르는 듯 내게 있어 사랑은 차라리 깊은 형벌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09
땅과 씨알 땅과 씨알 무덤 속으로 생명이, 희망이, 기적이 입관하는 땅. 온전히 내어줘야 부활의 하늘을 여는 씨알의 거처, 그 내밀한 이야기.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05
동물농장 선거 풍속도 동물농장 선거 풍속도 함박눈 모양으로 벚꽃, 제각각 흩어져 쌓이는 날 동물농장 식구들 대표 도적 뽑으러 갈테다. 저마다 응원하는 선수 길길이 목청 높여 찬양하며... 오오, 그 맹목의 간극에 깊게 도사린 흡혈의 때, 이내 닥칠 죽음조차 모른 채 봄날의 꽃비 맞으며 가리니.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4.02
삶에 대한 소고 삶에 대한 소고 애초 주어진 그대로 만상은 거기 운명되어진 것이거늘 하여, 사랑한다는 것도 열망의 애달픔 또한 한낱 흩어지는 바람이리니 우주의 질서 가운데 그것이 설혹 가슴 뜯는 비극일지라도 그 역시 억겁을 뚫고 온 간절한 그 무슨 인연일지니 그래, 그래하면서 산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31
길을 걷다가 되뇐다 길을 걷다가 되뇐다 길을 걷는가 가끔 거동이 더딘 사람을 본다. 대부분 노약자다. 언젠가는 나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상념에 잠긴다. (인생은 꿈보다 짧고 지식보다 오묘한 의문!) 순간 철학자가 된다. 아직 움직이는 동안 누군가에게 베푸는 삶이 축복임을 되뇐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