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380

목련 나뒹구는 아침에

목련 나뒹구는 아침에 간밤에 내린 비에 갈변된 목련이 슬픈 몰골로 나뒹군다. 뜬눈으로 밤을 지나 이른 산책길에 만나는 내 모습인 것만 같아 우울한 생각 언저리 날카로운 파편이 된 채 서늘하게 서성인다. 온전히 버려야 하리 저것도 제 갈 길을 알아 눈부신 기억을 묻어두거늘 허욕의 불꽃을 다스리며 그래, 무욕의 욕망마저 훌훌 비워내야 하리.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3.04.29

어느 여행의 기억

어느 여행의 기억 긴 시간의 비행이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는 탓에 더욱 길게 느껴졌을테다. 착륙 후 만난 공항 흡연장, 비로소 깊게 흡입한 니코틴이 정수를 일깨우며 박힌다. 이내 무거운 색상의 제복과 거추장스레 부풀려진 모자, 굳은 표정이 낯설기만 하다. 경직된 마음을 추스리며 환승구를 빠져나온 대합실 무료함을 연거푸 담배로 삭힌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야 수십명 가량 탈 수 있는 쌍발 비행기 트랩을 오른다. 고막을 찢는듯한 소음과 흔들리는 기체에 불안을 느끼며 유심히 프로펠라 작동을 살핀다. 삶에 대한 욕망이 안겨주는 혹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밀어내는 의문과 의문이 교차하는 가운데... 時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