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어느 여행의 기억

시와 칼럼 2023. 4. 2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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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행의 기억


긴 시간의 비행이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는 탓에
더욱 길게 느껴졌을테다.

착륙 후 만난 공항 흡연장,
비로소 깊게 흡입한 니코틴이
정수를 일깨우며 박힌다.

이내 무거운 색상의 제복과
거추장스레 부풀려진 모자,
굳은 표정이 낯설기만 하다.

경직된 마음을 추스리며
환승구를 빠져나온 대합실
무료함을 연거푸 담배로 삭힌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야
수십명 가량 탈 수 있는
쌍발 비행기 트랩을 오른다.

고막을 찢는듯한 소음과
흔들리는 기체에 불안을 느끼며
유심히 프로펠라 작동을 살핀다.

삶에 대한 욕망이 안겨주는
혹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밀어내는
의문과 의문이 교차하는 가운데...


時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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