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살다보니 살다보니 깨닫게 되더라 고난도 신의 은총이었음을. 고난 가운데 박힌 가시 자국도 그 아픈 상흔도 삶의 양분이 되더라. 스스로를 비춰 심안을 열리게 하는 고난도 신의 은총이었음을.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13
사랑을 말하다 사랑을 말하다 처음 만나던 눈빛으로 이별도 경이로워야 한다. 상처난 속깊은 얘기도 사랑하던 날의 애틋함으로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끝내 사랑도 고독한 맹세, 주어진 헌신의 대가 위에 비로소 이름을 취득하는 그것은 그대 심장을 꺼내 그대 열망 위에 헌사하기 위한 처절한 형벌인 까닭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3.09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첫사랑을 떠나 보내야 했던 먼 날의 기억과도 같이 여전히 시리도록 아프다. 그런 순간에도 살포시 녹색 잔향이 코끝에 묻어나는 저 어딘가에서 봄의 전령이 이곳까지 숨차게 당도했으리라. 이내 겨울이 물러 갈 것이다. 아장아장 봄 햇살이 돋을테고 새로운 희망이 움틀 것이다. 개인도, 역사도 전진할 뿐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25
붓 끝에 피를 부르는 붓 끝에 피를 부르는 인간이 인간을 제물 삼는 혈흔 낭자한 집합 구조로부터 헤어날 길 없는 형극의 유배지. 거기 괴이한 금속성 소음과 통제 당하는 활자들의 배열, 파멸의 시계추가 떨고 있다. 이윽고 붓 끝에 피를 부르는 퇴락한 정치 그 어디에도 인간의 길은 보이지 않은 채.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23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나도 당신도 이 얼어붙은 협곡, 시린 손 감싸며 함께 넘어야 할 운명이니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찢긴 상흔도 소중한 우리, 서로 남은 온기 부비며 뚫고 이겨내야 할 백성이 아니고 무엇이랴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찬연한 깃발 펄럭거릴 종착지는 아득히 멀고 시대와 역사의 책무 앞에 고난의 올무만도 벅차다 나도 당신도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21
사랑, 그 무모함에 대해 사랑, 그 무모함에 대해 사랑은 무모한 불꽃, 산술되지 않는 행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사랑하는 일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17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와 밤을 밝혀 긴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애틋한 이름 나지막이 부르며 결 고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기쁨의 광장에서도 슬픔의 골짝에서도 그대 얼굴 가장 먼저 새기며 영원을 그리겠습니다. 보고 싶다는 무수한 말보다 주어진 인연을 소중히 알아 운명된 사랑의 눈빛을 한순간도 거두지 않겠습니다. 생의 전 영역을 돌아 차곡차곡 익어가는 그대와 소망을 나누겠습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13
푸른 살갗의 그리움 푸른 살갗의 그리움 불현듯 밀려드는 너와 나누었던 푸른 살갗의 그리움.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너의 안부와 기억을 더듬는 지금, 거기 계절만 하릴없이 쌓여가는......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06
귀천(歸天) 귀천(歸天) 끝내 가야 할 더는 번뇌없는 시원의 땅 공포를 녹이며 분노마저 품는 하늘 가장자리 거기 의탁해 소멸해 가는 것 혹은 승화되는 것 詩 정성태 * 현대문예 정성태 [신작] 2024.01.27
엽전들 합창에 부쳐 엽전들 합창에 부쳐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은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탐욕의 그늘에 저당 잡힌 욕망의 승강기 때문이다. 사악한 기운에 영혼을 건넨 저들 간교한 우민화 책동과 그러한 허위와 위선에 감염된 보라! 노예를 자청한 분별없는 우중의 합창과 거기 떠도는 엽전 근성 그 게슴츠레한 웃음소리를.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1.26
전쟁, 그 최후의 진술 전쟁, 그 최후의 진술 전쟁은 최후의 진술이다. 그것은 가장 극적인 침탈이며 혹은 저항의 마지막 수단이다. 피아가 명징하게 구획된 채 삶과 죽음이 찰나를 사는 그 비극의 한가운데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행위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광풍과 파멸의 눈빛을 번득이며 그들 사이에 대치되는 정의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념의 노예가 된 채 퍼붓는 나는 그들의 정의를 조롱한다. 오가는 말폭탄을 혐오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1.14
상엿소리 상엿소리 저 바위틈을 뚫고서 홀로 선 나무. 위태로운 기별도 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온갖 비바람 견뎌내네. 샛바람, 마파람, 된바람 우짖는 칼바람까지. 그 황량하게 도식화된 거칠고 메마른 문서 위로 상엿소리 줄을 잇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