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379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첫사랑을 떠나 보내야 했던 먼 날의 기억과도 같이 여전히 시리도록 아프다. 그런 순간에도 살포시 녹색 잔향이 코끝에 묻어나는 저 어딘가에서 봄의 전령이 이곳까지 숨차게 당도했으리라. 이내 겨울이 물러 갈 것이다. 아장아장 봄 햇살이 돋을테고 새로운 희망이 움틀 것이다. 개인도, 역사도 전진할 뿐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25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나도 당신도 이 얼어붙은 협곡, 시린 손 감싸며 함께 넘어야 할 운명이니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찢긴 상흔도 소중한 우리, 서로 남은 온기 부비며 뚫고 이겨내야 할 백성이 아니고 무엇이랴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찬연한 깃발 펄럭거릴 종착지는 아득히 멀고 시대와 역사의 책무 앞에 고난의 올무만도 벅차다 나도 당신도 누구도 미움을 심지 말라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21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그대와 밤을 밝혀 긴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애틋한 이름 나지막이 부르며 결 고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기쁨의 광장에서도 슬픔의 골짝에서도 그대 얼굴 가장 먼저 새기며 영원을 그리겠습니다. 보고 싶다는 무수한 말보다 주어진 인연을 소중히 알아 운명된 사랑의 눈빛을 한순간도 거두지 않겠습니다. 생의 전 영역을 돌아 차곡차곡 익어가는 그대와 소망을 나누겠습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2.13

전쟁, 그 최후의 진술

전쟁, 그 최후의 진술 전쟁은 최후의 진술이다. 그것은 가장 극적인 침탈이며 혹은 저항의 마지막 수단이다. 피아가 명징하게 구획된 채 삶과 죽음이 찰나를 사는 그 비극의 한가운데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행위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광풍과 파멸의 눈빛을 번득이며 그들 사이에 대치되는 정의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념의 노예가 된 채 퍼붓는 나는 그들의 정의를 조롱한다. 오가는 말폭탄을 혐오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