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정성태 빗물 사람의 언어가 더는 말문을 잃을 때 사람의 세상이 더는 가락을 잃을 때 거기 어찌할 바 몰라 도무지 어찌할 바 몰라 가슴으로 써 내리다 이내 온 몸으로 풀어 놓는 지상의 불충도 이윽고 그 죄목을 낱낱이 고하며 기꺼이 주검으로 쏟아지는 이승의 시린 노랫말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3.01.22
비움 / 정성태 비움 마음을 닫고 입을 닫고 몸마저 닫고 풍광 좋은 어느 산자락, 볕 잘 들어 마음 훈훈한 곳 거기 황토방 하나 텃밭 몇 뙈기 그리 터를 잡고 무위를 낙 삼아 시절을 닫고 삶을 닫고 세월마저 닫고......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3.01.13
겨울 강가 선술집에서/정성태 겨울 강가 선술집에서 바람이 매섭다 사람들은 모두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젖은 발길 힘겹게 이승의 횡단보도를 건넌다. 어디로 가는 걸까 아직 남은 술잔엔 별빛이 여물고 마저 못다 한 얘기도 황망히 남아 있는데 뿔뿔이, 어찌 저리들 돌아만 서는가. 낡은 외투 깃을 세우며 지금은 그.. 정성태 [시집] 2012.12.12
삶을 답하며/정성태 삶을 답하며 누군가 울고 있다 허허로우나 질기게 깃든 상한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누군가 기도한다 불충한 날의 기억 그 쓰다듬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거기 져버릴 수 없는 신성의 근원적 물음 앞에 어쩌면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을 터 그만한 인연의 속박과 그만한 인간적 의무와 그만.. 정성태 [시집] 2012.12.04
내 눈물/정성태 내 눈물 낙엽 지더니 겨울비 내린다. 물기 없는 가지 바람에 마구 떨고, 화면 속 뉴스도 세차게 흔들린다. 마름 없는 꿈 가슴에만 불 놓으며, 여기 발길을 돌리는 꼭 내 눈물과도 같이.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11.29
진리 탐구/정성태 진리 탐구 그 시작은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경이의 세계를 읽는 것 원리를 알지 못해 기이한 마술사의 손길을 좇듯 그것은 끝없는 의문에 있다. 그 과정은 완성의 푯대를 향해 꿈을 타고 가는 길 폭풍과 암석을 헤쳐 키를 조종하는 항해사와 같이 그것은 깊은 몰입에 있다. 그 마무리는 성.. 정성태 [시집] 2012.11.23
들녘에 서서/정성태 들녘에 서서 뒤쳐져 있다고 실망스러워 말라. 문제는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방향성에 있는 까닭이다. 삶은 결코 거짓의 지배가 아니라 선한 싸움에 의해 변화되고 있다.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라면 설혹 고독과 벗하게 될지라도 묵묵히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 정성태 [시집] 2012.11.16
가을 초상/정성태 가을 초상 얼큰히 취한 채 어둑한 길목에 들어선다 기다려 맞을 이 없는 빈 방이 지척에 보이고 홀로 우는 가로등 그 흐릿한 불빛 사이로 쌓여가는 고독의 무게 날로 가을이 깊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11.08
애증이 머무는 창가에서/정성태 애증이 머무는 창가에서 돌아선 당신도 그렇지만 미워한 나도 그렇습니다. 그 때 우리는 아득히 눈 먼 채 서로가 서로에게 충만한 미움이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그대의 욕망과 그에 대한 나의 연민 역시 어떻게 성숙되어야 하는 지 다들 마땅한 방법을 몰랐습니다. 삽시간에 쏟아지는 .. 정성태 [시집] 2012.10.29
서울의 그림자/정성태 서울의 그림자 새벽 공기가 무섭다는 것을 느꼈을 때 생각했다, 한강 교각 아래 어둠 또는 서울역 어디쯤에 반쯤 얼어 있을 초우량 시대의 부랑한 철인들을. 이승을 피할 방도를 아직 찾지 못해 온 몸으로 삶을 강해하는 부은 그림자마다 그러나 도시의 비정한 마법은 여전히 계율인 양 .. 정성태 [시집] 2012.10.22
슬픈 자의 눈으로/정성태 슬픈 자의 눈으로 슬픈 자의 눈으로 빈 터에 버려진 신문을 본다. 겸손할 수 없는 자들과 그것들이 뿜어내는 활자의 배열 마구잡이로 꿈틀대며 낯익게 행간 속을 지배한다. 제왕의 빛나는 이름과 숱하게 내장된 비밀 내역서 거기 시시각각 엮어내는 고도로 발달된 철창 사이로 세상은 절.. 정성태 [시집] 2012.10.15
사랑을 꿈꾸는 그대에게/정성태 사랑을 꿈꾸는 그대에게 그대가 사랑을 꿈꿀 때 그대 삶은 보다 단순하고 그대 생각은 조촐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대 사랑의 현란함과 사랑의 열락만을 갈망한다면 그때는 그대 차라리 저잣거리를 이리저리 떠도는 그 아무렇지도 않은 영혼을 찾는 게 옳으리. 그대가 사랑을 할 때.. 정성태 [시집] 2012.10.12
슬픔에 길을 물어/정성태 슬픔에 길을 물어 해가 타도록 슬프다. 시월의 저문 하늘 아래 내가 쓰는 사랑과 그 닿지 않는 그리움으로 어느 꿈 자락이던가? 이제는 주술이 되어버린 질긴 그림자를 끌어안고 홀로 간난의 시어를 찾는 거기 내 안의 불꽃과 고단한 헌신의 경계여! 온 몸으로 날을 새는 소스라치는 고독.. 정성태 [시집] 2012.10.06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정성태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 꽃이 버린 계절 끝, 쌓이는 낙엽 소리와 함께. 아아, 그 절망의 개울을 눈물로 눈물로 건너며 향기도 다시 꽃이 피리란 기대도 무너진 그때야 비로소 사랑은 온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10.03
가을 소묘/정성태 가을 소묘 색 바랜 외투를 걸치고 나는 간다, 저 무형의 세월로 하찮은 바람에도 하릴없이 떠밀리는 지금 막 이별을 끝낸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울고 있다 공원 벤치 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그 애달고 오래된 추억 속에서......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