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는 것은/정성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움 가득 묻은, 그러나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내게 얼마나 두려운 기쁨인지 모를 일이다. 굳이 꾹꾹 눌러 쓰지 않아도 뿌리째 솟구치는 언어 사이로 몇 번이고 별이 뜨고 또 사그라지는 그래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달픈 깨달음이거나 혹은 깨어나지 못.. 정성태 [시집] 2013.10.24
숲으로 가리/정성태 숲으로 가리 숲으로 가리 밤은 한없이 깊고 영웅의 신화마저 잠든 지금 다들 사람이 새기는 칼바람 질펀한 회색 공포로부터 숲으로 가리 나무들 제 키대로 허물이 되지 않는 곳 모든 풀꽃에게도 거룩한 이름 전하며 도란도란 단물나는 얘기 마땅히 내 유년의 꿈이 익어가는 숲으로 가리 .. 정성태 [시집] 2013.10.01
산을 보며/정성태 산을 보며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나도 저 산이었으면 좋겠다. 생성의 거친 열정을 다스려 이제는 함묵으로 성상을 기를 줄 아는 그리하여 꿈틀대는 배암의 몸뚱이 또는 야수의 날카로운 발톱마저 품에 안는 저 인고의 장대한 비밀과도 같이.......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3.09.05
시원으로 가리라/정성태 시원으로 가리라 어디로 갈까 내 아직 깨끗한 바람을 안고 사람들의 마을엔 여전히 뭇매가 횡행하고 집합의 대립으로부터 개인의 존엄이 방치된 시방 이 살벌하고 무모한 믿음으로부터 혹은 아비규환으로부터 기어이 자유로운 시원으로 가리라 거기 묻어둔 노래 하나쯤 떠올리면서, 불.. 정성태 [시집] 2013.08.21
비록 헤어져 있으나/정성태 비록 헤어져 있으나 비록 헤어져 있으나 나, 그대를 잊지 못하네 잠에서 깨어나 아침으로부터 꿈속을 사는 온 밤내 이르기까지 사무치는 그리움, 그 슬픔 빈 메아리만 애달피 단절의 궤적을 울음 우는 나, 그대 언저리 타는 듯 뜨거운 시간을 서성이네 내 하루의 가난한 양식과도 같이. 詩.. 정성태 [시집] 2013.08.02
이별 이후/정성태 이별 이후 나, 내리는 빗줄기라면 좋아 떠돌다 지쳐 끝 간 데 모르는 바람이거나 구름이어도 좋아 먼발치 돌아가는 사람아 그대 어깨 위 가지런한 머릿결 따라 서툴게 나누던 첫 키스의 달콤함 그 부드러움의 기억 사이로 지금은 도리 없이 놀이 지고 또 무수한 안개가 밀려드는 나, 나대.. 정성태 [시집] 2013.07.28
비와 그리움/정성태 비와 그리움 추적거리며 젖어드는 밤에 내리는 비는 그 소리까지도 쓸쓸하다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채 차곡차곡 깊어가는 그리움도 꼭 흐르는 빗줄기만 같아 언제쯤 이 비 그치고 두런두런 결 고운 숨결 거기 깊고 감미로운 노래가 될까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3.06.10
별은 왜 또 뜨는지/정성태 별은 왜 또 뜨는지 별들이 눈을 밝히는 시각, 지상의 꽃잎 사이로 용암이 흐른다. 내밀한 호흡 소리, 사랑하는 것들이 나누는 거친 체감의 터널을 뚫고 내게는 홀로 뜨는 별빛의 처연함. 꽃잎 진자리, 분별없이 별은 왜 또 뜨고 여전히 지울 길 모른 채 나는 어쩌자고 잠 못 이루는지...... .. 정성태 [시집] 2013.05.16
문명의 몰락/정성태 최근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처참한 주검을 맞이한 시리아 어린이들 문명의 몰락 무수한 폭음이 사막의 밤을 찢는다. 제국의 섬광이 몰려드는 열렬한 죽음의 입맞춤, 그 거대한 불덩이에 갇힌 메소포타미아의 유구한 역사가 일그러진다. 누가 버렸을까? 문명에 대한 목마른 기억을... 정성태 [시집] 2013.05.09
봄과 숫처녀/정성태 봄과 숫처녀 봄 숨결 살랑이며 사랑은 저기 저 아지랑이 건너 연초록 향긋함으로 온다. 막 돋아나는 팽팽한 꽃망울을 자극하며 사뿐사뿐 햇살 사이로 온다. 손 내밀면 닿을 듯 그 언저리 꿈길을 서성이며 나지막한 미소와 더불어 온다. 수줍어 또 수줍어 기어이 눈 감고야 마는 숫처녀의 .. 정성태 [시집] 2013.04.23
시련의 강을 건너고 있는 그대에게/정성태 시련의 강을 건너고 있는 그대에게 그대 슬퍼 말라 삶은 때로 규율할 수 없는 그리고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무수한 언어의 집합이니 그대 사랑을 할 때라도 불타는 고통과 좌절은 있는 것이어서 그것이 그대에게 혹독한 형벌이 되기도 하리니 지금 그대에게 주어진 삶도 그렇거니와 그대.. 정성태 [시집] 2013.04.13
사랑에 대해/정성태 사랑에 대해 사랑의 이름일 때 사랑의 마음은 그 사랑을 기억한다. 전 우주의 창고이며 결코 셈할 수 없는 거기 사랑이 머물 때 그 사랑은 숭고하다. 사랑만이 오롯하여 믿음으로 충만할 때 사랑은 경이롭게 빛나며 다다르지 못할 것에 도달하는 위대한 힘의 원천이 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3.03.28
기독교 복음론/정성태 기독교 복음론 세상은 그물 바다 속에 드리워진 거대한 함정 부질없는 한나절의 꿈이니라 어부의 손길이 어느 때 참으로 어느 때 임할는지 알 수 없음이니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근신하며 심판을 예비하라 쉬이 그물이 거두어지리니 그의 근육은 단단하고 힘줄 또한 굵음이라 마치 번개.. 정성태 [시집] 2013.03.04
지금은 다만/정성태 지금은 다만 우리에게 약속되어진 그 시간의 때를 기다리며 지금은 다만 그대의 안부만을 묻겠습니다. 하고픈 말도 온전히 아끼며 슬픔에 지쳐 있는 그대의 힘든 몸과 마음 자락에 오롯이 그리움만을 건네겠습니다. 그대와 함께 나눠야 할 무수한 기쁨과 설레임의 날도 이 운명의 굴레로.. 정성태 [시집] 2013.02.26
달빛에 기대어/정성태 달빛에 기대어 굳이 약속이 없었어도 굳이 눈빛이 없었어도 길은 늘 바람을 갈망하며 산다. 애당초 배운 바도 아닌 그렇다고 무슨 거룩한 사명도 아닌 다만 내 아버지와 어머니 그 훨씬 전의 시원으로부터 그것은 본연의 탐구이며 동시에 소통의 창구가 되어지는 오늘은 그렇게 너의 수.. 정성태 [시집] 201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