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피차 나눠야 할 서원/정성태 우리가 피차 나눠야 할 서원 젊은 생을 아무렇게나 놓아버린 내 아버지의 좌절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소슬 바람에도 몸을 뒤척였을 내 어머니의 고난을 헤아리게 되었을 때 절망의 쪽방에 갇혀 목을 놓았을 내 이웃들의 눈물을 알게 되었을 때 항구적으로 머물러야 할 내 시선과 그것이 .. 정성태 [시집] 2012.04.27
삶의 오솔길에서/정성태 삶의 오솔길에서 때로 침묵의 시간을 지니라. 침묵이 주는 언어는 근원을 향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신의 뜻을 가장 잘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세상은 평화롭지만 않다. 인생도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슬픔과 괴로움을 견디어내는 숱한 인내의 여정이며 시험일 수 있다. 계절이 .. 정성태 [시집] 2012.04.23
비 오는 날의 고백/정성태 비 오는 날의 고백 비가 내린다 그 안에 나 흐트러진 내 모습 제 무게에 겨운 페미니즘의 행진곡을 켜며 후두두두둑 일제히 풀잎 위를 뒹군다. 어이없는 추락 머리띠를 갈아 맨 낯선 얼굴을 하고선 선명한 법칙도 신의 질서도 후두두두둑, 후두두두둑 모두 한 입에 삼키운 사랑을 빙자한 .. 정성태 [시집] 2012.04.22
낙화/정성태 낙화 뚝---, 뚝--- 꽃잎은 지는데 목 놓아 저리도 목 놓아 지는데 그리운 이 햇살같이 그리운 이 고운 두 뺨은 어디로 꿈을 묻었느냐 내 젊음의 한 때도 뜻 잃고 길 잃어 이리도 애달피 지노라.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4.21
추억의 알레고리/정성태 추억의 알레고리 아무렇게나 고개 숙이고 살 수 없는 내 고통스런 몸짓을 아시는 당신, 그처럼 힘에 겨워 차마 못다한 얘기가 있습니다. 당신이 떠나시던 가을녘 해거름에 더욱 서럽게 묻혀 오던 저 어렵던 날의 가슴앓이. 이미 시절을 마감한 잎새들 위에 당신과의 기억을 그려보았습니.. 정성태 [시집] 2012.04.18
눈부신 햇살로 남을 거에요/정성태 눈부신 햇살로 남을 거예요 바람으로 왔어요. 또 바람으로 갈 거예요. 아주 홀연히 떠나가야 할 그 종국의 순간이 다가오면 그래요, 훌훌 털어버리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떠날 수 있는 눈부신 햇살로 남을 거예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작은 풀꽃들에도 감사하며 그 숨은 아름다움을 힘.. 정성태 [시집] 2012.04.15
산의 수직성과 바다의 평면성에 대해/정성태 산의 수직성과 바다의 평면성에 대해 산은 산대로 높고 물결은 물결대로 거세다. 바람이 파도를 몰아도 산에는 이르지 못하고, 산이 바람을 막아도 파도를 다스리진 못한다. 시절을 좇아 그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다들 스스로의 생명을 키우는 산은 산으로서의 권위 바다는 바다로서의 권.. 정성태 [시집] 2012.04.14
안개/정성태 안개 그것은 혼돈을 위함이 아니다 빛을 빛으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그것은 심층을 해부하는 묘약 주어진 은혜의 시간이다 격정을 상승시키나 그것이 절정에 이르면 마침내 진리의 빛도 함께 오나니 그대, 마음의 흐름을 거룩히 지켜 삶의 새로운 기운을 호흡하라 그럼 그대 알 수 있으.. 정성태 [시집] 2012.04.11
길/정성태 길 길을 묻는 사람 또 길을 가는 사람 그들에게 길은 늘 있다. 길이 가치 있는 것임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은 있다. 길은 늘 갈림길이며 그 구체적 상황에서 어떤 결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광장의 아우성이든 또는 골방의 침묵이든 아니면 그 무엇이.. 정성태 [시집] 2012.04.07
어제의 오늘/정성태 어제의 오늘 어제 속에 매몰된 우울한 시간 위를 걸어가는 맴도는 이제 구름은 어디에 비를 내리고 또 대지를 적실까 방향이 마비된 여기는 대낮의 현기증 신열이 높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4.05
밤에 전하는 바람/정성태 밤에 전하는 바람 아무도 오지 않는다 나의 밤은 다만 익숙해진 부엉이처럼 솔밭 이곳 저곳을 넘나드는 독존의 영역만이 고집스레 오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묘지의 모퉁이에 앉아 죽은 자의 슬픈 전설을 듣기도 하고 또 때로는 어둠 짙은 거리에 서서 떠난 자의 바보스러움을 한탄하기도 .. 정성태 [시집] 2012.03.06
두 종류의 똥파리론/정성태 두 종류의 똥파리론 맑스를 고사시키기 위해선 또 다른 극렬분자의 입에도 견고한 재갈을 물려야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인류를 피곤케 하는 귀찮고 더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치 무더운 날의 웽웽거리는 똥파리와 같이.......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2.26
파도/정성태 파도 소리쳐 우는 까닭 생성은 묘연한데 삼킬 듯 엄습하는 분노 휘몰아치며 거듭되는 자맥질을 한다 들여다 보면 그대 안에서 고름진 것 그대 밖에서 피멍진 것 역회전하며 토해내는 인욕의 찌꺼기가 있다 살아야만 하는 일어섬 세찬 질타 아린 가슴을 정화하며 순하게 엎드리는 .. 정성태 [시집] 2012.02.18
동천/정성태 동천 먼데 불빛 가물가물 흐르는 것 몇 개 누구의 기다림이 아직 남아 이 깊은 동천의 한 때를 저리도 모질게 이어 가는가. 내 아직 미약한 날 기운을 다해도 어찌할 수 없는 그 꽉 막힌 안타까움에 발길도 허허로이 멎는데 먼데 불빛 저들 깨끗한 양심 위로 진눈깨비만 무심히 흩어.. 정성태 [시집] 201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