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거든/정성태 그곳에 가거든 모든 흐르는 것들이 한데서 머무는 곳 그곳에 가거든 바다를 알리라 섬은 왜 고독하게 서 있는지 그리고 여명은 왜 붉게 오는지 바다의 깊이를 알라치면 낙조의 하늘도 보아야 하리라 어둠에 목숨을 사르는 연민의 화원 그러나 왜 스스로의 틀을 강요하진 않는지를.. 정성태 [시집] 2012.02.04
내 사랑에 내리는 안개비/정성태 내 사랑에 내리는 안개비 하오를 훌쩍 지난 어느 기슭에 꿈인 듯 사랑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 달콤한 유혹 생의 남은 불꽃을 지피며 내 사랑에 안개비로 젖어들던...... 그러나 오늘 여기 나는 어이하여 슬프고 나는 또 어이하여 고독한가. 시간은 무겁게 흔들리고 시린 바람결에 위.. 정성태 [시집] 2012.01.31
누군가 울고 있다/정성태 누군가 울고 있다 누군가 울고 있다. 마음 속 애절한 정한, 켜켜히 묻어나는 길고도 질긴 그리움의 노래. 여전히 파묻지 못한 채 지금 한 여인이 울고 있다. 밤이 이슥토록 나도 따라 흐느껴 울고 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1.23
사랑/정성태 사랑 더는 빛나지 않을 때에도 더는 참을 수 없을 때에도 우리가 함께 나눠야 할 마지막 가치는 사랑입니다. 잠든 영혼을 흔들어 깨우며 죽어가는 것을 다시금 소생시키는 너와 나의 풍요로운 미래이자 희망을 여는 대안인 까닭입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1.21
사랑하기 때문에 아프다면/정성태 사랑하기 때문에 아프다면 사랑하기 때문에 아프다면 사랑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심장을 지녔기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몸짓입니다. 생각은 생각을 낳을 뿐 당신의 사랑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머리가 .. 정성태 [시집] 2012.01.18
수신인 없는 편지/정성태 수신인 없는 편지 흐린 하늘에 대고 수신인 없는 편지를 씁니다. 그리운 이름이 있고 보고 싶은 얼굴도 있지만 딱히 기약이 없는 지금 흐린 하늘을 향해 쓸쓸히 번져나는 깊은 그리움을 띄웁니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2.01.11
늙은 기차가 졸고 간다/정성태 늙은 기차가 졸고 간다 건조한 일상을 걷는 사람들 그 위로 달리는 자동차 규범 있게 흩어지는 세상 곳곳엔 정오의 웅크린 그림자 마냥 식욕을 감춘 욕망의 도시가 서 있다. 거대함 속의 나 나와 그것들의 거부할 수 없는 관계성...... 빛살은 여전히 수직으로 지고 그 무게의 예리.. 정성태 [시집] 2012.01.08
함박눈이 쌓이는 날에/정성태 함박눈이 쌓이는 날에 지상에 사뿐사뿐 함박눈이 쌓이는 날은 세상의 잡다한 소음도 보다 잠잠해진다. 소담스레 내리는 눈이 온갖 소리를 잡아먹는다는 굳이 과학적 진실을 들지 않더라도 땅 위에 깊어가는 순백의 손님이 오시는 날은 누구라도 그 마음에 불을 밝힐 일이다. 삶의 .. 정성태 [시집] 2012.01.05
나를 닦으며/정성태 나를 닦으며 어느 자락, 바람 한 줄기 더불어 나도 거기 쉼을 얻으리. 혹여 두어 평생 이승의 인연을 더한다면, 아래 툭 트여 훤한 강줄기가 보이는 곳에 터를 내리. 일체의 번잡함으로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무수히 쌓이고 내장된 갈증과 탐욕으로부터 보다 단조롭게 요약되고 .. 정성태 [시집] 2012.01.01
상황, 툰드라의 평화/정성태 상황, 툰드라의 평화 툰드라 그 얼어붙은 두께를 나는 평화라 이름하지 않는다. 생물이 꿈을 펼 수 없는 아아, 이끼뿐인 벌판을 어찌 여름이라 강변할 수 있더냐? 지난 광야의 날들 모진 시련의 골짝은 넘었으나 아직 가나안은 먼 그곳으로 나팔을 불라 기어이 무너질 여리고성을 .. 정성태 [시집] 2011.12.25
막걸리가 지천입니다/정성태 막걸리가 지천입니다 가랑비가 촉촉히 서울의 하늘을 울리던 그날, 젖은 기억으론 비교적 젊은 사내였다 선술집 앞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구걸하던 그 멀쩡한 사람은 무슨 배짱인지 또는 조롱인지 아니면 삶의 단조로움 때문인지 그러나 몸은 수척했었다 ......... 그렇게 한동안 아.. 정성태 [시집] 2011.12.21
새에 대한 소고/정성태 새에 대한 소고 새는 지저귄다 상하, 좌우 계절과 무엇을 가리지 않고 그 작은 몸으로 그 본래의 자유를 구가하며 그 주어진 사명을 다할 뿐 어떤 보답이나 특별한 치장도 없이 그러나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무게로 상하, 좌우 계절과 무엇을 가리지 않고 새는 지저귄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1.12.19
겨울밤 포구에서/정성태 겨울밤 포구에서 밀렸다가 밀려드는 심해의 표면 위로 어둠을 가르는 고깃배들 파르르 떨리는 불빛을 아득한 꿈으로 피우며 떼 지어 포구로 몰려든다. 통통통통통...... 길을 재촉하는 영하의 눈빛들은 타는데 내 안의 모럴은 멀어서 일어서는 서정의 한 때 일치가 없는 슬픈 이중.. 정성태 [시집] 2011.12.15
한계령에서/정성태 한계령에서 첩첩 산중 이 허리자락을 끼고 도는 지존의 까탈스러운 배려 앞에선 누구든 옷고름을 추슬러야 한다. 헤일 수 없이 꼬불꼬불한 그리하여 오직 겸손한 길손만이 스스로의 믿음을 보게 되는 그렇듯, 뜻을 세운 자는 알리라 왜 삶에는 때때로 몰입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 정성태 [시집] 2011.12.12
나그네는 그를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정성태 나그네는 그를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나그네는 그를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오가는 길손을 위해서도 그는 그의 집을 짓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길 따라 오가는 객주에서 잠시 짐을 풀 뿐이다. 나는 객을 맞아 재우는 주인으로 살고 싶다. 그리 영화로운 것이 아닐지라도 그러나.. 정성태 [시집] 201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