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막걸리가 지천입니다/정성태

시와 칼럼 2011. 12. 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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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지천입니다

 

 

가랑비가 촉촉히

서울의 하늘을 울리던

그날, 젖은 기억으론

 

비교적 젊은 사내였다

선술집 앞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구걸하던

그 멀쩡한 사람은

 

무슨 배짱인지

또는 조롱인지

아니면 삶의 단조로움 때문인지

 

그러나 몸은 수척했었다

.........

 

그렇게 한동안

아주 야릇한 긴장이 일더니

이내 주인장 말씀이

"막걸리 없습니다"

그러자 나의 취기어린 심보는

"막걸리가 지천입니다"

 

갈릴리 호숫가의

숫총각 예수 같던

그 멀쩡한 사내를 향해

아아, 멋없는 세상을 향해.

 

 

詩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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