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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 백서
지금 너와 내가 주고 받는 언어는,
눈물 젖은 경륜의 이력이거나,
혹은 쓰리게 아픈 재단일 것이다.
이미 차갑게 굳어버린 내게,
설혹 잃어버린 왕국을 얘기한들,
그 극명히 꿰뚫는 바람의 전갈을 어쩌란 말인가.
그 날, 기약 없이 돌아서는 눈길 사이로,
왜 지독히도 씁쓸한 안개비가 내리던지,
이미 너도 알고 있는 허허로움이지 않던가.
한 때는 일단의 용맹한 군사들 틈에,
혹여 내 그림자 같은 것이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상처 패인 길 모퉁이를 돌아,
어쩌면 너에게 지친 발길을 맡기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늘, 내 안에 서늘한 장막이 드리우고,
이제 그만 늦은 길을 떠나라고 자꾸만 재촉하는데,
그것을 어찌 무심히 모로 선 내 탓만 할 수 있겠는가.
詩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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