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비운다는 것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12. 5. 19.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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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다는 것에 대해


 

나와 끈적이던 인연들,

이제 하나 둘

내다 버릴 때도 된 듯하다.


탁한 물속에 유배된

어항 안 물고기가 그렇고,

작년 언제쯤 죽어

이젠 가지조차 말라비틀어진

화초 몇 개도 그렇다.


어디 그것들뿐이랴!

살을 부빈 인연도

정히 가고 오는 기한이 있거늘,

설혹 죽도록 아끼던 단 한 사람마저

오늘 그 뜻이 다한 것이라면 훌훌

남은 그림자마저도 비워낼 일이다.


버릴수록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자유롭게 되는 것이어서

이를 다른 무엇으로도

애써 환치시킬 이유는 없으리니.



詩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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