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판에 서서/정성태 벌판에 서서 만상이 흩어진다. 겹겹이 쌓여가던 맹세도, 너와 나의 인간적 헛됨 앞에서 한낱 초라한 몰골로 손을 흔든다. 오가는 것이, 어찌 저기 떠가는 구름뿐이고, 또한 여기 맴도는 바람뿐이랴. 지친 발길 매섭게 뿌리치는 우리 안의 이기적 욕심과 그것들이 뿜어내는 독살스런 기막힘이지 않더냐... 정성태 [시집] 2011.02.22
너를 보내며/정성태 너를 보내며 내 육신의 거리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만 설혹 하늘에 닿을 수 있다한들 어찌 내 사랑의 비감을 견디어 내랴. 어느 길 자락이건 문득문득 맞닥트리는 애달픈 편린 털어내며 이제 잘 가라는 뒤안길로 아침 길 하늘마저 젖어 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 정성태 [시집] 2011.02.16
피차 더는 아프지 않게/정성태 피차 더는 아프지 않게 해 아래 하나이던 너도 가고 이젠 나도 가야 할 시간이다. 서로를 할퀴던 혹은 스스로를 능멸하던 우리들의 슬픈 시간도 그렇게 끝이 났다. 얼마나 많이 아팠니? 나도 숱한 속울음을 울었으니, 너의 그 아픔과 내가 흘린 눈물의 질량 함께 모두어 서로를 용서하자. 피차 더는 아.. 정성태 [시집] 2011.02.11
그리운 얼굴 있어/정성태 그리운 얼굴 있어 날이 차고 가슴이 시려도 어디로든 그는 갈 곳이 없다. 휩쓸리는 낙엽 슬픈 눈동자 그 조락 사이로 그리운 얼굴 있어 어머니도 같고 누이와도 같고 그러나 어디서도 더는 볼 수가 없는 분연히 날은 깊고 내내 가슴을 옥죄어도 그러나 여전히 떠오르는 얼굴 하나 詩 정성태 정성태 시.. 정성태 [시집] 2011.02.03
사랑 위에 쓰나니/정성태 사랑 위에 쓰나니 아무도 닿지 않은 거기 쌓인 눈길에 사랑은 깊을 대로 깊어 가장 깨끗한 기도로 서 있습니다. 생각의 언저리엔 버려야 할 유산이 있고 참아야 할 욕망도 더러 있음을 지금 내 사랑 위에 새겨 둡니다. 생의 희미한 불빛 꺼져드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감사와 사랑 온전히 당신께 드리려 .. 정성태 [시집] 2011.02.01
그리움은 강물을 타고 흐르리니/정성태 그리움은 강물을 타고 흐르리니 허공을 배회하다 어쩌면 잠시 만났을 지 모를 인연, 젖은 목소리의 기억 사이로 여전히 진실은 어리석고 떠도는 의문도 고통스럽기만 하네. 그대 멀리 돌아간 자리, 이승과 저승의 길이가 멀다하나 내 늙도록 그림자로 반추 될 그리움은 강물을 타고 흐르리니 어쩌다 .. 정성태 [시집] 2011.01.27
겨울밤에 들어서야/정성태 겨울밤에 들어서야 겨울밤에 들어서야 꽃들이 지고 난 이유를 깨닫겠다. 고왔던 기억들 하나하나 풀어 헤칠 때면 춥다, 소스라치도록 그러나 몸보다 마음이 먼저 춥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연애시" 에서 발췌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8000891 정성태 [시집] 2011.01.25
좌판의 예수/정성태 좌판의 예수 길거리 좌판 한 구석에 예수께서 쪼그리고 앉아 계신다. 어묵 국물로 한 모금 추위를 달래시더니 이내 꼬챙이의 어묵 한 조각을 더없이 소중히 잡수신다. 몇 가지의 산나물과 야채는 예수의 위대한 자산이다. 살피는 이 많지 않아 건초로 변해간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삶의 교훈이며 소.. 정성태 [시집] 2010.12.29
그녀와 또 다른 그녀/정성태 그녀와 또 다른 그녀 그녀와 또 다른 그녀의 차이점은 저기 키 다른 맥주병과 같이 술잔의 수가 조금 달랐다는 것이다. 그녀와 또 다른 그녀의 공통점은 저기 비어 있는 맥주병과 같이 그 때 마개가 처음 떼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와 또 다른 그녀에 대한 나의 유일한 기억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0.12.20
가난한 날을 위한 변명/정성태 가난한 날을 위한 변명 내 무딘 시어가 그들에게 한 끼 양식이 될 수 없는 지금 내 초점 잃은 기도가 그들의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없는 지금 내 차라리 한 그루 나무로 거기 철 따라 그늘이 되고 길을 묻는 이의 이정표로 살걸 그랬지. 날은 나날이 춥게만 멀고 약속인 듯 흔들리는 발길 무겁게 나의 바.. 정성태 [시집] 2010.12.11
내 이제 돌아서 가리/정성태 내 이제 돌아서 가리 내 이제 저 빈 무덤가로부터 눈물을 거두리. 눈이 오는 마을에 분주히 사람들이 오가고 나 또한 깊은 잠을 털고 그 눈을 맞으며 가리니 일상의 분주함과 삶의 견고한 슬픔으로부터 내 이제 돌아서 끝내 눈물을 거두고 가리.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 정성태 [시집] 2010.12.08
겨울나무/정성태 겨울나무 푸른 노래를 갖기까지 나무는 속으로만 운다. 남루한 것을 버릴 줄도 알아 저 홀로 침잠의 고독을 사는 인연은 참으로 청빈한 꿈 근원을 땅에 두었다 하나 빈 손은 일제히 하늘을 바라니 더는 부끄러울 게 없는 인고의 바람 그러나 어쩌랴 저렇듯 위태로운 삭풍이 부니 또한 어.. 정성태 [시집] 2010.12.05
우울한 그림자/정성태 우울한 그림자 끝없이 무너지는 가슴으로 나는 시방 혼돈의 시간을 건너고 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이즈음 삶은 때로 형용키 어려운 의문 부호와 같아 문득 문득 번잡한 마음의 소리가 깊고 사랑한다는 것도 우울한 그림자를 불러내는 끝없이 무너지는 가슴으로 나는 이제 또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 정성태 [시집] 2010.09.29
촛불/정성태 촛불 몇 번이고 쓰다만 편지지 위로 한밤의 촛불이 사위어 간다. 그리움이란 것도 불연(不然) 중 제 몸을 태우며 하냥 뜨거이 울음 토하는 것. 슬픔이 타고 깊디깊은 애증이 녹아내리는 저기 촛농의 끈적거림과도 같이.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연애시" 중에서 http://book.da.. 정성태 [시집] 2010.09.17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정성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모든 허방의 다리를 건너 아름다운 것들은 끝내 아름답게 제 자리를 지키며 산다. 바람이 우루루 몰려 올 때에도 잡목이 부풀어 하늘을 염탐할 때에도 별은 그 빛으로 꽃은 그 자태로 아름다운 마음은 기어이 아름다운 모습을 소망하며 산다. 내가 부르는 한 사람, 지.. 정성태 [시집] 201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