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좌판의 예수/정성태

시와 칼럼 2010. 12. 2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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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의 예수



길거리 좌판 한 구석에

예수께서 쪼그리고 앉아 계신다.

어묵 국물로 한 모금

추위를 달래시더니

이내 꼬챙이의 어묵 한 조각을

더없이 소중히 잡수신다.

 

몇 가지의 산나물과 야채는

예수의 위대한 자산이다.

살피는 이 많지 않아

건초로 변해간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삶의 교훈이며

소망 있는 마지막 믿음이다.

 

어둠이 깔리고

세상이 더욱 요란스레 어두워진다.

자본과 섹스의 두려운 권위 앞에

예수께서는 오늘도 파장을 하고

아침이 잠든

어둠 끝으로 길을 간다.

 

둥 ~

둥 ~

북을 울리며

둥 ~

둥 ~

아침을 구획한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