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정성태 겨울나무 푸른 노래를 갖기까지 나무는 속으로만 운다. 남루한 것을 버릴 줄도 알아 저 홀로 침잠의 고독을 사는 인연은 참으로 청빈한 꿈 근원을 땅에 두었다 하나 빈 손은 일제히 하늘을 바라니 더는 부끄러울 게 없는 인고의 바람 그러나 어쩌랴 저렇듯 위태로운 삭풍이 부니 또한 어.. 정성태 [시집] 2010.12.05
우울한 그림자/정성태 우울한 그림자 끝없이 무너지는 가슴으로 나는 시방 혼돈의 시간을 건너고 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이즈음 삶은 때로 형용키 어려운 의문 부호와 같아 문득 문득 번잡한 마음의 소리가 깊고 사랑한다는 것도 우울한 그림자를 불러내는 끝없이 무너지는 가슴으로 나는 이제 또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 정성태 [시집] 2010.09.29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정성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모든 허방의 다리를 건너 아름다운 것들은 끝내 아름답게 제 자리를 지키며 산다. 바람이 우루루 몰려 올 때에도 잡목이 부풀어 하늘을 염탐할 때에도 별은 그 빛으로 꽃은 그 자태로 아름다운 마음은 기어이 아름다운 모습을 소망하며 산다. 내가 부르는 한 사람, 지.. 정성태 [시집] 2010.09.12
전언/정성태 전언 묻지 마십시오 기억할만한 것이 없으니 또한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별은 어느 순간에도 가슴 메이는 것을, 문득 일어서는 이승의 뒤안길에서 꽃잎은 애달게 흩어져 내리고 또 길을 떠난 철새의 일단을 보았습니다. 탁하게 들이킨 담배 연기가 내 약한 위장을 침범할 때 다짐했던, 돌이.. 정성태 [시집] 2010.09.08
비와 그리움/정성태 비와 그리움 비 오는 하오, 바라보는 가슴 사이로 젖어드는 빗줄기가 슬프다. 흐린 날씨만큼 시계는 불투명하고 너는 여전히 말이 없다. 매 순간 밀려드는 내 안의 통증 깊은 그리움, 쏟아 붓는 장마 속에 잠기운 채.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연애시" 중에서 http://book.daum.n.. 정성태 [시집] 2010.09.02
존재/정성태 존재 그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의 문제일 뿐이다. 단언코.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중에서 발췌 정성태 [시집] 2010.08.30
너와 나누는 대화/정성태 너와 나누는 대화 너의 빛나는 입술에선 종일토록 향긋한 냄새가 난다. 희고 고운 둔덕 아래 수줍은 듯 숲이 서고 거기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맑고 거룩한 샛강이 흐른다. 초연이 생명이 되는 너의 그 미끈거리는 가늘고 푸른 길을 더듬으며 어느새 달콤한 꿈길을 탄다. 거친 파도를 헤집는다. 詩 정성.. 정성태 [시집] 2010.08.28
이상한 궁금증/정성태 이상한 궁금증 사제와 수녀가 가슴 설레는 얘기를 한다 하여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때때로 그들 마음에 그런 열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비구니는 정말 처녀막을 보존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의 값어치는 돈으로 얼마나 되는 것일까? 애매한 건, 이쁜이 수술을.. 정성태 [시집] 2010.08.26
얼마나 더 지우고 닦아야/정성태 얼마나 더 지우고 닦아야 내 이승의 언저리 이제 또 어느 길목에서 초연히 너를 볼 수 있을까. 쓰다 만 생각들 얼마나 더 지우고 닦아야 다시금 온전히 너를 만날까. 한 올, 한 올 고여 드는 그리움만 깊어 언제 다시 맑은 하늘을 볼까.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나이 마흔 넘은 진짜 총각이 쓴 연애시" 중.. 정성태 [시집] 2010.08.17
대숲에 들면/정성태 대숲에 들면 대숲에 들면 노동으로 두터워진 손마디가 있다 키와 굵기는 저마다 달라도 그 옛날 척박한 땅을 옥토로 일궜을 단군 이래 내 조상들의 한결같은 고마움이 더 잘해보라고 푸르게 맞대어 있다. 미끈한 유희나 온갖 수사의 변용 앞에서도 빈 마음은 끝내 속되지 않아 오랜 세파를 꺽임 없이 .. 정성태 [시집] 2010.08.15
장마/정성태 장마 깊을 대로 깊어라 여름의 한 가운데서 우짖는 천둥이여 철썩이는 큰 파도여 검은 지평으로부터 언제 영원을 향하던 이승의 자유가 있었던가 혹은 평화가 있었던가 오욕의 깃발을 흔들며 거기 거칠게 시샘하는 운명의 수레바퀴여 동통어린 삶의 자국이여 인생의 습한 어귀마다 웅크린 사슬을 지.. 정성태 [시집] 2010.08.12
비오는 자유로에서/정성태 비오는 자유로에서 귀신들이 수런댄다는 캄캄한 자유로 위로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이승을 떠도는 무슨 꿈, 무슨 사연이 깊어 길가 언저리를 서성이는지...... 구천에 이르지 못한 그 혼백들의 목격자가 어쩌면 나인 줄도 모릅니다. 심야의 어둠을 탓하며 신작로만 우두커니 응시한 채 유일한 진술.. 정성태 [시집] 2010.08.08
어디 좋은 음악 없나요/정성태 어디 좋은 음악 없나요 대열을 등지고 선 벼랑과 벼랑의 사람들 그 끝을 향해 걸어가는 당신들의 노래엔 가락이 없다 쇳소리만 고음으로 오선지엔 핏물이 번지고 악보 없는 열창에 관객들은 떨고 있다 그리고 나는 울고 있다 고성능 헤드폰을 낀 채 아주 비탄에 젖어서...... 어디 좋은 음악 없나요 벼.. 정성태 [시집] 2010.07.26
사랑은 서로를 배우는 행위/정성태 사랑은 서로를 배우는 행위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쉼 없이 배워가는 행위입니다. 제 아무리 깊은 사랑일지라도 제 아무리 뜨거운 사랑일지라도 두 마음의 깊어진 사랑만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자칫 미움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쉼 없이 알려주는 행위입니다. 설혹.. 정성태 [시집] 2010.07.09
산다는 것/정성태 산다는 것 산다는 것은 깨알 같이 많은 날들을 진한 핏물로써 드러내는 일이다 빈혈이 일고 목숨이 바닥다는 순간에도 의연한 자세로 바로 선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완성으로의 선명한 획을 그으려는 강인한 의지를 잃지 않는 일이다 측량할 수 없는 슬픔이 몰아쳐도 꽁꽁, 매섭게 얼려 놓은 채 일.. 정성태 [시집] 201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