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산다는 것/정성태

시와 칼럼 2010. 7. 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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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산다는 것은

깨알 같이 많은 날들을

진한 핏물로써 드러내는 일이다

 

빈혈이 일고

목숨이 바닥다는 순간에도

의연한 자세로 바로 선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완성으로의 선명한 획을 그으려는

강인한 의지를 잃지 않는 일이다

 

측량할 수 없는 슬픔이 몰아쳐도

꽁꽁, 매섭게 얼려 놓은 채

일체를 저당 잡히고 산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꼿꼿하게 자신을 추스리어

어그러진 생각을 쫓아내는 일이다

 

마음에도 없는 간사한 말로

스스로를 욕되게 하지 않으며

비굴한 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크고 작은 일상의 낱말들을

지극히 헤아려 깨닫는 일이다

 

두 다리가 땅을 딛고 있어도

가끔은 거꾸로 하늘을 보며

역산의 법칙을 구한다는 것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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