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로 남을 거예요/정성태 눈부신 햇살로 남을 거예요 바람으로 왔어요. 또 바람으로 갈 거예요. 아주 홀연히 떠나가야 할 그 종국의 순간이 다가오면 그래요, 훌훌 털어버리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떠날 수 있는 눈부신 햇살로 남을 거예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작은 풀꽃들에도 감사하며 그 숨은 아름다.. 정성태 [시집] 2011.12.06
구도의 노래/정성태 구도의 노래 우는 자여! 그대 가난한 날의 고독한 눈물을 거두어 내십시오 모닥불 지펴 마음을 데울 친구가 없어도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실상은 기실 혼자라는 것 그대 밖에서 그려지는 그대 그림자를 보려하진 마십시오. 밝음에 있으되 낙조의 끝을 지나 밤이 되고 깊음이 더하면 .. 정성태 [시집] 2011.12.02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정성태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바람에 갈 바 몰라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젊음을 숨 가쁘게 지새던 그 때 유학생의 눈물이 오늘 안스러이 지는 소리다 아아, 어쩌면 색깔을 고쳐 입은 연민이 뜨겁게 발진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다먄 규율이 아닌 그러나 끊임 없는 저 고원.. 정성태 [시집] 2011.11.29
가시나무새/정성태 가시나무새 우리에게 화살 같은 열망이 없다면 생각해 보십시오 저 해묵은 주홍 글씨로 선명한 인습의 마파람을 피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애초 철부지가 아닌 다음에야 기억하십시오 세상을 쓰다듬을 용기를 지녔다면 사랑은 결코 무력하게 파산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 정성태 [시집] 2011.11.27
가을밤 단상/정성태 가을밤 단상 가을밤을 헤집으며 여기저기 별들의 산란소리가 들려옵니다. 무변하게 밤을 밝히는 더없이 거룩하고 은밀한 몸짓으로, 마치 두 손 꼭 움켜쥔 가난한 이웃들의 기도와도 같습니다. 혹은 어느 순결한 여인의 소망인 듯 잠 못 드는 사내의 영혼을 깨우기도 합니다. 옹이 .. 정성태 [시집] 2011.11.24
어느 소망스런 여인에게/정성태 어느 소망스런 여인에게 상큼한 소리로 그만큼 당신은 싱그런 아침입니다. 새콤한 맛으로 그만큼 당신은 풋풋한 자극입니다. 향그런 미소로 그만큼 당신은 달콤한 입맞춤입니다. 그러한 당신으로 하여 세상은 보다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그러한 당신으로 하여 사물은 보다 깨끗.. 정성태 [시집] 2011.11.13
저자거리에서/정성태 저자거리에서 저자거리 어디쯤에서 우리시대의 가난한 역사를 기록할 것인가. 화려하게 들어찬 물건 사이로 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가뜩이나 버거워 보이는 그 깊은 중심으로부터 과연 새로운 세기는 명쾌하게 접근하고 있는가? 그나마 차가운 거리로 그리고 오늘도 죽지 못한 사.. 정성태 [시집] 2011.11.10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정성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단순히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닌 하늘에서 내 가난한 영혼 위에 내려준 신이 베푼 소중한 선물임을 믿는 까닭입니다. 나뭇잎이 계절을 못 이겨 채색되듯 사랑도 그렇게 서서히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운명임을 비로소 .. 정성태 [시집] 2011.10.30
취중 회상/정성태 취중 회상 술에 취한 밤거리, 두리번거리며 그대 미소 살피지만 바람결에 낯익은 그리움 묻어 다시 와 술잔 앞에 앉는다. 어느 창가 모퉁이, 싸늘히 내걸린 달빛에 목 놓으며 슬프고도 질긴 옛 그림자만 홀로 덩그러니 술잔에 젖는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신작] 2011.10.27
전도의 노래/정성태 전도의 노래 하나님이 계시느냐고 내게 물으셨지요 창공의 자유로운 새들과 길모퉁이의 무심한 돌멩이 그리고 또 보세요 햇살과 달무리 진 호숫가의 낭만을 더하여 보건데 별들은 뜨고 지고 그것들이 움직여도 궤도를 벗어나진 않는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은 친히 만드셨으며 또한 이 시각에도 .. 정성태 [시집] 2011.10.14
별/정성태 별 긴 이별을 떠난 누군가 바라보는 마음이 한데 모여 별들은 밤에만 운다. 황혼의 들녘과 바다를 지나 끝내 잠못 드는 이의 그리움을 안고.......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2011.10.09
정신과 진단/정성태 정신과 진단 호흡은 끊겼다 그것의 인식으로부터 레일 위를 달려야 할 열차의 연료는 충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레일이 제 간격을 이탈한다거나 또는 바퀴가 네모나 버리는 정신분열적 증상이 증폭됨은 호흡은 끊겼다라며 고무 풍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하려는 이에게 있다기 보다는 창녀의 자궁처.. 정성태 [시집] 2011.10.03
애모의 두레박/정성태 애모의 두레박 당신은 누구십니까 온갖 혼돈을 몰고 와서는 힘에 겨운 비감으로 눈물 나게 하는 정녕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삶의 편린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 당신께의 애모 오늘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당신의 실존은 내 안의 고통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늘을 돌다 지쳐 마지막 여운으로.. 정성태 [시집] 2011.09.25
꿈이라면/정성태 꿈이라면 꿈이라면 당신의 그림자 그 허상으로부터 벗어나 만질만한 몇 개의 조약돌을 줍겠습니다 예컨대 몇몇의 다정한 이름 그 실상들의 본질을 찾아서 지고한 손길을 내어 밀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중 한 사람 당신과 비교될만한 착하고 귀여운 여인으로 하여 사랑의 울타리를 치도록 하겠습니다 .. 정성태 [시집] 2011.09.17
비가/정성태 비가 놀이 탄다 그 아래 부서지는 정염의 찌꺼기가 있다 의식의 저변으론 핏기 잃은 빗물이 흐르고 표적에서 빗나간 힘없는 언어들이 떨고 있다 필름을 떠난 화면에선 해부된 학습용 개구리처럼 선율도, 꽃도 아닌 캄캄한 어둠이 떠오르고 치욕스런 패배로 각인되는 내 젊은 날의 비애가 확대된다 격.. 정성태 [시집] 201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