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신작]

길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20. 5. 7.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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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대해

 

 

본디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짐승들이 숱하게 오가거나

또는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혹은 그들의 편리를 위해

이리저리 길을 냈을 뿐이다.

 

거기 맞닿은 길마다 세워진

명징한 이정표는 믿음이다.

이미 약속된 질서가 내장된

그곳엔 무언의 신호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그것은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혹은 명징한 이정표를 뜻한다.

약속된 질서가 내장됐다는

무언의 신호와 같은 것이다.

 

내가 억척스레 뚫는 길에도

그리고 당신이 가는 길에도

그것이 시대와 역사 앞에서

온전한 발길이길 바랄 뿐이다.

 

 

시 :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