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기타]

낙지 요리로 부부간 화목을...

시와 칼럼 2008. 11. 1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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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끝자락에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가을하면 여러 구경거리며 또 얘깃거리가 있겠습니다만, 오늘은 시를 쓴다거나 또는 딱딱한 정치 칼럼을 쓰는 대신 다소 생뚱맞게 먹는 타령을 몇마디 할까 합니다.


젊은 시절, 이맘 무렵에 포장마차에 들리면 살 오른 전어에 굵은 소금을 흐르듯 뿌려서 구워내는 가을 전어 맛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놓칠 수 없는 것이 피조개입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포장마차에서 대부분 굵은 피조개를 팔았었는데, 지금은 통 볼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피조개를 연탄 화덕에 살짝 구워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채로 먹으면 피조개 특유의 향긋함과 함께 그 맛이 일품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을 낙지를 능가하는 어물은 없을 듯합니다. 시기적으로도 지금 먹는 게 최고 좋을 때일 것입니다. 낙지가 영양분을 가득 비축해 두고 있는 철이기 때문에 가을 낙지는 산삼 부럽지 않다고들 합니다. 세발 낙지는 나무젓가락에 돌돌 감아서 한입에 먹기 좋고, 발이 길고 통통한 낙지는 토막내서 기름소금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참으로 맛이 좋지요. 낙지연포탕을 해서 드셔도 좋지만, 이때 낙지를 너무 많이 익히면 맛도 떨어지고 또 질기게 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우스갯말 같지만, 실제로 힘없이 비실거리는 소에게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고 알려질 만큼 영양 면에서도 아주 좋은 어물이 낙지라고 합니다. 어느 보도를 보니까 낙지에는 자양강장에 뛰어난 타우닌 성분이 100g당 무려 871mg이나 함유돼 있다더군요. 참고로 자양강장에 좋다는 굴은 100g당 396mg이니 낙지의 그것은 실로 대단한 것임을 수치로도 충분히 파악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미역은 100g당 200mg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날로 깊어가는 가을 길목, 혹여 기운이 예전만 못하게 느껴지는 이 땅의 남편들이 계시다면 낙지를 적극 권해 드립니다. 아울러 은근히 속상해 계신 아내들이 계신다면, 오늘 마켓 들리는 길에는 살아서 꿈틀대는 싱싱한 낙지를 주저 말고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부부 사이의 속궁합이 매우 만족스런 결과를 낳게 되리라 여깁니다.

번득 매생이 반찬도 머릿속을 스칩니다. 참기름 듬뿍 넣고 참깨며 여러 양념을 넣어 버무린 매생이 무침. 또는 맑은 샘물에 매생이를 넣고 거기에 참기름을 비롯해 이런저런 양념을 넣어 만든 매생이국. 저녁 밥상에 올라온 매생이 반찬을 선친께서 어찌나 좋아 하셨던지, 어려서 먹던 매생이무침이며 매생이국이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듯하던 그 어린 날의 미감이 여전히 그대로 살아 있나 봅니다. 어쩌면 선친이 절절이 그리운 탓인 줄도 모를 일입니다.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