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기타]

삶은 고구마를 사며

시와 칼럼 2008. 7. 2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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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살고 있는 마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영등포에서 갈아타야만 했다.


           영등포에서 내린 후,

           두리번거리며 마포행 버스 갈아타는 곳을 살피는데,

           삶은 고구마를 파는 50대 후반 쯤의

           착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좌판을 하고 계신다.


           무심코 지나쳐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문득 허기진 느낌이 들자,

           곧장 삶은 고구마 파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나치게 비싸지만 않으면,

           저녁 11시가 넘은 시각까지 앉아 계시는

           그 아주머니의 고구마를 팔아줘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거니와,

           일 때문에 비싼 저녁 식사를 하였지만

           그다지 음식 먹은 것 같지도 않은 탓에

           출출한 배를 달랠 요량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런 마음으로 고구마 가격을 묻자,

           "한 무더기에 2천 원이예요"라고 하신다.

           생각했던 것보다 값이 쌌다.


           애초 조금 비싸도 살 작정이었는데,

           예상보다 가격이 싸니 흐뭇할 일이다.


           돈을 건네 드리자

           삶은 고구마를 검은 비닐에 넣어 주신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씀까지 잊지 않으신다.


           그 아주머니도 그렇지만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단돈 2천 원에 불과한 값인데도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으시는

           그 아주머니의 삶의 태도가 오히려 고마웠다.


           행복이란 게 이런 작고 단순한 가운데서도

           크게 얻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하루다.


           마포행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 아주머니께 건강과

           아울러 복된 일이 함께 하기를 빌어 본다.

 

 


           시인 정성태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