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盧 대통령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단세포적 반응/정성태

시와 칼럼 2006. 10. 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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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자신들의 핵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타전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 특유의 조급하고 단세포적인 입장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 당국 또한 盧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수해복구 지원도 즉각 중단하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 또한 별의별 오도 방정을 떨며 북한 당국을 비난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제 1 야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한 극우 언론의 태도는, 한반도에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전쟁이라도 발발할 것처럼 여론을 왜곡 날조하느라 광분한 모습이다. 이러한 사정은 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열린당 분위기를 한 마디로 요약해 보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적 행위”로 규정, 마치 북한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라도 치러야만 하는 것처럼 국민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북한 핵실험의 성공 여부에 대한 진위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물론이고 정치권 다수가 이리 경거망동을 일삼으며 동족간의 전쟁을 획책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야 어디 될 말인가.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이 설혹 성공했다고 확증할 수 있을만한 어떤 단서가 포착된다 하더라도 남한 사회가 지금처럼 요동치며 부산을 떨어야 할 이유는 사실상 없다. 이는 민족 문제 전체적인 맥락과 그리고 미래의 한반도 군사방위 전략이란 측면에서 따져 봤을 때,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잃는 것보다는 오히려 얻는 게 많다는 점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내에서의 핵무장에 대해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기실 따로 있다. 바로 초강국 일본과 중국이 그 가장 우선순위에 해당된다. 그리고 러시아 정도가 불편한 심기를 갖는 것이 타당하겠다. 우리 역사가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숱한 침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뼈에 새길 수 있다면 작금 벌어지고 있는 해괴하기 그지없는 정치권의 작태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반도가 제 아무리 문명을 숭상하며 세계국가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또 경제적인 부를 누린다한들, 바로 인접한 외세의 힘을 앞세운 침략 전쟁에 의해 유린당하게 된다면 한낱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한반도의 핵 보유에 대해 미국도 그다지 큰 거부감을 나타낼 일만은 아닌 듯 하다. 동북아에서의 영토확장이 무의미한 미국 입장이라면, 남한을 비롯한 북한 그리고 향후 통일한국과의 외교적 관계만 적절히 유지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야욕을 유효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날로 군사 대국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성향 또한 깊숙이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잠재적 방어력도 함께 확보하게 되는 셈인 까닭이다. 미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손대지 않고 코 푸는 격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다. 그리고 외교적으로도 어느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어야 한다거나 혹은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다만 역사적 교훈을 통해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민족 공동체가 처한 오늘의 현실과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냉엄히 짚어봄으로써 주변 강국인 중국의 최근 동북공정 획책은 물론이고,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우려스런 망동 등, 결코 예사롭지만은 않은 한반도의 앞날에 대해 지혜로운 대처 방안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그 해법 중의 하나가 한반도의 핵보유를 통한 가장 막강하고 실질적인 전쟁 억지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문제는 남한 내에서의 낡고 쇄락한 정치 집단, 여기에 친일파 혹은 반민족적 정서를 지닌 냉전주의자들과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고 있는 언론과 각종 사회적 시스템을 통한 끊임없는 불안감 조성이다. 이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누린다거나 혹은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데 그 사태의 심각성은 더한다. 또한 이에 무분별하게 부화뇌동하며 반지성적인 행동을 획책하는 일부 그릇된 국민의식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표면적 이유는 북한이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또 자정능력이 없는 미숙한 집단이기 때문에 언제든 핵공격을 단행함으로써 남한 사회가 불바다가 될 것이라며 윽박지른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친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딱지를 붙이고선 아예 정상적인 의사소통마저 원천 봉쇄한다.

 

사실 북한에 비해 정치, 경제적으로 더 나을 바 없는 파키스탄도 핵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접국이며 같은 핵보유국인 인도의 위협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인류애를 통한 지구촌의 평화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대단히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가정한다면,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살육전이 틈만 나면 전개되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혹은 지루한 전쟁 끝에 파키스탄이 인도의 영토로 편입되었거나 또는 속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핵무기라는 막강한 물리적 힘의 균형을 갖춤으로써 오히려 그 두 나라 사이에 상호 공존과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위력이 있어야만 외세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잘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해방 이후 외세의 꼭두각시놀음하느라 동족간의 살육전을 치렀던 때가 고작 반세기 조금 전의 일이다. 그리고선 그들 외세의 힘에 의해 곧장 남북으로 갈라진 채 서로 으르렁대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한반도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런데 이젠 그도 모자라 북한마저 둘로 쪼개놔야 직성이 풀리겠단 말인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역시 북한 핵 제거라는 서로간의 이해타산이 잘 얽혀 있는 급박한 요즘 상황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작당하면 언제든 북한을 불바다로 내몰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로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또 다시 한반도가 세계열강의 놀이터로 전락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 그리고 정치권 다수에서 한 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는 작금의 우려스런 언동에 대해 비통한 마음 지울 길이 없다. 이와 함께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할 사안이다. 어쩌면 일본, 중국, 미국이 가장 좋아할만한 재료를 실시간으로 여기저기서 짖어대고 있는 꼴이니 만고의 역적이 따로 없는 셈이다. 참으로 괘씸하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