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불혹과 부동심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정성태

시와 칼럼 2006. 3. 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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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이 40 됨을 일컬어 공자는 불혹이라 했고, 맹자는 부동심이라며 스스로를 설파했다. 또한 예수는 그의 나이 33에 "다 이루었다"고 선언했으며, 부처는 35에 "더 위엣 것이 없다"며 득도에 이르게 된다.

참여 정부와 17대 국회 들어,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이 연일 인구 사이에 오르내린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말의 경솔함에 기인하고 있다. 아울러 취중 성희롱을 비롯해 분별없는 골프 놀이도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사려 깊지 못한 말 잔치야, 이제 초등생에 의해서도 우스갯거리로 회자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재론할 여지가 없을 듯 하다. 국회 대 정부 질문에 대한 일부 국무위원들의 오만 방자한 답변 태도도 꼴사납기는 매양 다를 바 없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의 성희롱 문제도 잊을만하면 불거져 나온다. 그런가하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몇몇 국무위원들의 골프 놀이 역시, 그 때를 구분 못하는 처신으로 인해 국민들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고급 술집에 가서는 안 된다는 식의 냉엄한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닐 것이다. 또 고위 공직자라고 해서 골프를 삼가 해야 한다는 것도 좀 억지 춘향 같은 주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문제가 되고 또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요즘 OECD 회원국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설혹 법적 부인이라 하더라도 그러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지는 남편의 성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엄격히 규율하고 있다. 남편으로부터 인간적 모멸감을 받았다거나 또는 심한 구타를 당한 후에 성행위를 강제 받게 된다면 이는 필시 강간당하는 기분에 휩싸이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가하면 최근 미국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여당인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여러 실정을 들어 탄핵을 준비하는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는 국민 일반 사이에 팽배한 여론에서도 확인되고 있고 심지어는 공화당 내에서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정은 과연 어떠한가. 일부 국회의원이 고급 술집에서 그 종사자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 일을 비롯하여, 며칠 전엔 동석한 여성 민간인의 젖가슴을 불쑥 움켜지는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국무총리는 국가적으로 다급한 일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기업인들과 어울려 골프 치느라 여념이 없었다니 어디 될 말인가.

이러한 한심한 작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기인하는 바가 실로 크다. 지난 6.15 선언 3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골프 삼매경에 빠진 채 참석하지 않았으니, 그 휘하의 총리 및 일부 장관들의 골프 삼매경에 대해 무어라 질책할 수 있겠는가. 아울러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태풍이 나라를 온통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그 가족과 함께 태평하게 오페라 관람을 하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라꼴 돌아가는 사정이 이렇듯 어지럽고 구역질나는 지경에 처해 있으니, 무슨 수로 국민 일반에게 인간의 도리를 다할 것을 주문할 수 있겠으며 또 무슨 염치로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러한 일이 어쩌다 한 번 벌어진 실수가 아닌 잊혀질만하면 튀어나온다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세간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정말 국민 노릇 해먹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주문하거니와, 정치권이 불혹과 부동심을 발휘할 수는 없다해도, 적어도 국가를 경영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느니 만큼 그 신분에 맞는 최소한의 예는 갖춰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며, 국가 역시 미래를 향한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