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쟈코뱅 권력의 몰락과 흡사한 노무현 정권/정성태

시와 칼럼 2006. 1.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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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열린당의 기간 당원 문제가 연일 여기저기서 낯뜨겁게 불거지고 있다. 영세 노인들에게 교통비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무단 갈취해 간 파렴치한 행각이 드러난 것을 비롯해, '유령 당원' 및 '당비 대납' 등과 같은 온갖 불법적인 방법이 총 동원된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와 함께 더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또 경악케 하는 내용은, 현직 공무원까지 개입돼 '당비 대납'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 열린당의 기간 당원을 모집한 사례가 적발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문제는, 이들 범죄 행위가 단순 우발성이 아닌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한 열린당 인사들이,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내 세우며 자신을 대통령으로 탄생시켜 준 정당마저 둘로 쪼갠 채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상기해 볼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 자신들만은 지고지선이며 그 앞에 무릎 꿇지 않은 다른 사람은 모두 반 개혁적이고 또 구태의연한 정치인이라며 매도했음을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착잡한 생각과 연민이 주마등처럼 앞을 스친다.

무릇 인간이란, 교만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심중에 교만이 자리하게 되면 필경 타인을 업신여기는 간악함이 자리하게 되고, 간악한 자는 결국 패망에 이르게 되는 까닭이다. 아울러 자신이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감사를 모르는 사람이 어찌 타인에 대해 감사할 조건을 얹어 줄 수 있겠는가? 그게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과 그리고 나라 살림을 맡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온갖 기만술과 정치 보복으로 권력 장악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과 열린당이지만, 지난 이백여 년 전, 시민 계급의 열화와 같은 절대적 지지를 업고 집권한 프랑스 쟈코뱅 정권의 처참한 몰락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 일반의 여론과 그 지지율을 살펴 볼 때, 결단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깊숙이 들어서고 있지만 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