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은혜는 뼈에 새기라 하였거늘/정성태

시와 칼럼 2005. 10. 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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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청 문제가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DJ 정권 당시만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X-파일에 담긴 내용은 전무한 채, 국민적 시선을 불법 도청으로만 몰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냄새가 나도 너무 지나치게 역겨운 냄새가 난다.

물론 불법 도청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임에 틀림없다. 만에 하나라도 정치 사찰을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지극히 겸허한 자세로 수용할 일이다. 그게 지극히 옳은 일이니까.

그럼에도 하나 밝히고 싶은 점은, 명백한 산업 스파이 또는 국가 안보상 의심 가는 테러 용의자 및 기타 첩자에 대한 도청에 대해서는 그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자 한다. 국가의 명암을 좌우할 수 있는 정보가 한순간에 유출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방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유독 DJ 정권 때만을 겨누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와 같이 YS 때의 핵심 도청 그룹인 미림팀에 대해서는 입을 모르쇠로 닫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X-파일에 담긴 진실에 대해서도 굳게 자물통을 채우고 있느냐는 것이다.

도대체 왜일까. YS와 그의 차남인 현철 씨, 그리고 더더욱 삼성과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음성으로 기록된 때문일까. 그런지라 속 시원히 뚜껑을 열지 못한 채, 그저 만만한 희생양으로 이미 권력의 끈이 떨어진 전임 정권을 향해 온통 피박에 광박까지 뒤집어씌우는 비열한 짓을 일삼는 것일까. 법은 공정해야 설득력을 얻고 만인의 공감을 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생각해 보자. 밭에 앉아 고구마 잎사귀만 만지작거린다고 해서 어디 땅 속에 묻힌 고구마가 캐지는 일이겠는가. 그런데도 고구마 캘 생각은 전혀 엄두도 내지 못하면서 허구한 날을 고구마 잎사귀만 뜯고 있느냔 말이다. 거듭 의문스런 질문을 던지자면, 노무현 정권도 뭔가 크게 구린데가 있기라도 하더란 말인가?

복 날 몸보신용으로 집에 키우는 똥개도 제 녀석에게 밥을 주는 주인은 알아본다. 하물며 인간의 탈을 쓰고 사는 자라면 굳이 그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말해 무엇하랴. 은혜를 원수로 돌려 갚는 패륜 집단이 끝까지 성공한 예는 역사 유례 내 상식으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노무현 정권을 향해 하나 묻고 싶다. 정작 그들 자신도 불법 도청에 대해 과연 떳떳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두 눈은 가릴 수 있겠지만, 그러나 넓디넓은 하늘이야 어디 가릴 수 있는 일이겠는가. 불법 도청이 잘못된 것임을 안다면, 그들 자신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이제 그 잘난 권력도 고작 2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 볼 일이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