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엇박자 걷는 친일청산/정성태

시와 칼럼 2005. 5. 2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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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이 한솥밥을 이루며 국민 앞에 표방했던 것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존 정당 내의 파벌적 커넥션과 이해관계에 의한 모리배적 권력형태를 지양하고 이를 통해 정치개혁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제반의 모순과 구태에 대해 폭넓은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누누히 강조하며 그러한 주장은 현재까지도 똑 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 대통령을 비롯한 열린당 내의 모든 인사가 틈만나면 스스로가 환골탈태를 하겠다고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친 정치현실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민을 볼모로 한 끊임없는 편가르기와 위선적 행태로 인해 정치현실은 전혀 창조적 발전을 이루고 있지 못한 채 오히려 퇴보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야말로 구태정치의 확대 재생산에 다름 아니며,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심한 수구적 태도마저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전, 열린당 김희선 의원의 독립군 조부와 관련된 진위 의혹이 인터넷 웹상에서 처음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네티즌 일반에게 급속하게 번져 나갔다. 마침내 언론에서도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훤히 알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김희선 의원은 그 모든 의문에 대해 속시원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해명을 하면 할 수록 오히려 더한 의문점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일이 인터넷 웹상에서 또 불거졌다. 집권 여당의 의장을 맡고 있는 신기남 의원의 선친 신상묵 씨의 친일행각과 관련된 의혹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도 본격 가세하면서 국민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의혹이 마침내 사실로 밝혀지고 말았다. 도덕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던 열린당의 본 모습이 그야말로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신기남 의장의 선친인 신상묵 씨가 당시 일본군 헌병의 오부란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독립운동하는 애국지사들을 가장 악랄하게 괴롭혔던 자리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 생존해 계신 분들에 의해서도 신상묵 씨가 당시 항일운동을 하던 이들에게 저지른 고문행위 등이 적나라하게 진술되고 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항일열사들을 앞장 서 잡아 들이는 일을 아주 적극적으로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김희선 의원의 조부에 대한 사실관계 또는 신기남 의장의 선친이 친일부역을 했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마다의 끊임없는 말바꾸기와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정치집단에 아무리 야바귀꾼들로만 득실댄다지만 그러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네티즌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식의 엄포는 참으로 추한 몰골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아울러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사실규명 없는 오보경쟁 또는 법적대응 운운하며 스스로의 양심을 속였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자신의 치부에 대해 숨기려 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더욱 선대의 일로 연좌제를 적용한다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 자신의 의지나 행태와는 전혀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좌제로 인해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는지 이에 대해 돌이켜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김희선 의원과 신기남 의장이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이에 대해 온갖 거짓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막강 권력을 이용한 공갈 협박까지 서슴없이 자행했다는 점은 그들의 도덕성이 어떠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제 정치권에 남은 일은 그간의 밀린 숙제를 철저히 마무리 하는 것이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친일청산은 우리시대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며 시대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조국의 광복을 위해 피흘려 싸우셨던 독립투사들의 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역사에 다시는 이러한 부끄러움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후손들이 자손 만대에 이르도록 두고 두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근대사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이를 통해 민족 기상을 명확히 확립하는 일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친일청산 문제가 어떤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또는 중도 하차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하나의 기우에 불과하기만을 기대하며 그간의 밀린 숙제가 우리시대에 마무리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시인 정성태 

2004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