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X-파일 몸통인 삼성과 미림팀은 왜 수사하지 않나?/정성태

시와 칼럼 2005. 8. 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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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계, 재계, 언론계, 법조계의 검은 커넥션을 밝히는데 초점 맞춰야 -

도감청과 같은 인권 침해가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도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보 조작의 가장 큰 피해 당사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인지라, 취임하기 무섭게 관계 기관에 엄격한 적법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정보원의 오랜 관행 그리고 손쉬운 정보 취득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일부 몰지각한 기관원들이 지속해서 불법적인 정보 취득 활동을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온갖 추악하고 파렴치한 방법으로 정보를 독점해 온 철옹성 집단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 진의에 대해 파악되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련 정보 기관에 대한 개명과 함께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있을 수 없는 부적절한 일이 발생했으니, 정보 기관의 흑막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가는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보 기관의 도감청과 같은 행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테러 행위란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따라서 그러한 만행을 저지른 직접 당사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참여 정부 하에서도 같은 일이 자행되고 있지는 않는지 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도 병행되어져야 한다.

사실 도감청과 같은 문제는 예전 군사 독재 시절에는 공공연한 사실로 인구 사이에 회자됐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과 같이 온 장안의 화제로 집중 부각된 연유는 소위 말하는 X-파일이란 녹음 기록이 MBC 이상호 기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렇다면 X-파일의 본질을 밝히고자 했던 기자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는 정계, 재계, 언론계, 법조계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자 함에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당초 X-파일은, 노무현 정권에 의해 임명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 대사 최단 기간 도중 하차란 불명예를 불러 온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정경 유착이란 고질적 병폐를 고발함으로써 이를 통해 보다 깨끗한 정치 풍토를 구현하고 아울러 투명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어찌된 것이 국정원과 검찰의 발표는 자꾸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는 듯 하다.

현재 도감청과 관련된 문제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고구마 밭의 잎사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작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관심과 수사의 초점은 X-파일 녹취록에 담긴 고구마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모양새가 어떤 것이냐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즉, 몸통에 해당되는 삼성그룹을 비롯한 김영삼 전 대통령 하에서의 국정원 도감청 전문 그룹인 미림 팀을 철저히 수사하면 그야말로 고구마 넝쿨 걷어올리듯 정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의 검은 커넥션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언론이 문제의 핵심은 비켜간 채, 왜 자꾸 불법 도감청 문제로만 X-파일의 본질을 몰아가는 것일까. 이는 광고를 유치해야 하는 언론의 속사정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별히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X-파일 자체에 대해 애써 무시하거나 또는 변명성 기사로 일관하고 있으니,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의 몸통인 삼성과 미림 팀은 수사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언론인으로서의 당연한 본분을 다한 이상호 기자만 불러 수사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X-파일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 여하에 따라 국민의 신뢰가 좌우될 수 있음을 노무현 검찰은 명확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특별검사를 임명하든 또는 다른 방식이든, 그야말로 한 점 의혹도 없이 공명정대하게 X-파일 문제가 마무리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05년 8월 5일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