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서민은 이 땅의 봉?/정성태

시와 칼럼 2005. 7. 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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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각하, 서민은 이 땅의 봉입니까?

 

 

국회 건교위에 제출된 판교 신도시 토지보상비 현황에 따르면, 총 2조 5천 189억 원의 보상비 가운데 이 중 58%인 1조 4천 567억 원이 강남과 분당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손에 쥐어졌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200억 원 이상을 보상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일부 특정인에게 그대로 넝쿨 채 안겨진 셈이다. 이는 굳이 서민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살펴 볼 때도 그야말로 떼도둑 맞은 꼴에 해당되는 셈이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정부 보상비로 50억 원 이상을 받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판교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대규모 농지와 임야 등을 무차별 매입한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 역시 그런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하니, 이를 두고 어찌 정부 여당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국민에게 공약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청와대도 꿰차고 또 국회도 장악한 후로는 갑자기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국민과의 약속을 용도 폐기하고 말았다. 판교 보상 문제를 통해 이제 그 이유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만 같아 씁쓸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존재해야 할 주택공사 역시 땅 따먹기와 돈 따먹기를 마구잡이로 하고 있으니, 이게 어디 나라꼴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오죽하면 보수적 성격이 강한 법원에서조차 최근 아파트 분양가 산출근거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겠는가.
 
생산적 경제 활동을 통해 고용과 국부를 창출하고 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개인 또는 기업이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오히려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에 해당되는 부동산 문제에 개입해 장난질한 대가로 불로 소득을 얻어서야 어디 될 말인가.

 

이번 판교 보상 문제에 대해 일고 있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국세청의 세무 조사는 물론이고 사법 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아파트 분양 원가도 반드시 상시 공개 법제화해서 다시는 국부를 좀 먹고 서민의 삶을 피폐케 하는 우리 내부의 악질 반동들이 준동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05년 7월 25일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