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카드문제와 어긋난 정치공방/정성태

시와 칼럼 2005. 5. 2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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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들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이런 저런 사회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물론 개인의 신용도 및 수입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발급된 카드문제로 인해 우리사회 곳곳에서 적지 않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직접 당사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그로 인해 가정파탄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범죄문제 아울러 나라살림 전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카드 문제는 그 시발이 IMF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문민정부 말기에 터진 IMF로 인해 내수경기의 급속한 침체와 함께 중소기업이 줄도산을 하였다. 이무렵 정권을 이양 받게 된 국민의 정부가 펼칠 수 있는 정책적 고심은 그야말로 상당한 것이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꽁꽁 얼어붙은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금흐름도 가능한 범주에서 원활히 수행해야 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IMF라는 국난도 헤쳐나가야 하는 2중의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 앞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도 낳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선택되어진 카드 문제가 오늘날과 같이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의 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당시 카드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장,차관 및 실,국장의 책임은 더 할 나위 없이 무겁다는 것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특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게 도사리고 있다. 카드문제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모든 책임을 전 정부에게만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그와 유사한 발언을 했으니 아연 벌어진 입이 다물지 않게 된다. 부도 위기에 몰린 LG 카드 사태에 대한 참여정부의 대응을 보면 가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실경영으로 인해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의 LG 카드였다. 그런데 이런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가 쏟아 부은 국민의 피눈물어린 세금은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지 대통령을 위시한 참여정부는 스스로를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카드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당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 담당자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개인의 사용 능력에 대한 적절한 판단없이 무분별하게 발급한 채권자에게도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채무자에게는 전혀 그 책임이 없다는 뜻은 단언코 아니다. 다만 그 책임의 후순위에 놓여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 결코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금 현재 신용불량자가 400만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경제의 주체로서 활동가능한 사람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관리감독인 국가와 그리고 카드를 직접 발급해 준 채권 당사자인 카드사의 안이한 발상으로 인해 나라의 재원들이 우리 경제의 주체로서 펼쳐야 할 의사와 능력을 사실상 차단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고 아울러 경제회생을 위한다면 이들 채무자에 대한 보다 능동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이전 정부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나 하는 행태로는 그 어떠한 해법도 찾을 수 없다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참여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이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 채무자의 신용을 전면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부터 열쇠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통해 변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관리감독의 주체인 국가와 그리고 돈을 직접 빌려준 채권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느니만큼 이자는 전액 탕감해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여의치 않다면 이전까지의 모든 이자에 대해서는 탕감해주고 향후 발생할 이자에 대해서는 보통예금 금리 수준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원금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감안하여 이를 장기로 분활상환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채무자의 적극적인 변제 의지와 그러한 노력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 제기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도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잘잘못을 가려 향후 이와 같은 정책판단의 오류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차분한 가운데 그래서 카드문제 해결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면밀한 대안을 내 놓고 이를 통해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일반의 폭넓은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갖고 이를 위한 사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최종 대책안을 내 놓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오히려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오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임을 정치권 모두에게 엄중 촉구하며 아울러 지혜로운 정책적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정성태

2004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