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부의 실체 없는 국익 타령/정성태

시와 칼럼 2005. 5. 2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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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추가파병 부대의 출국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현지로 떠났다. 언론취재까지 통제된 상태에서 우리 미래의 자산인 젊은이들이 사막의 황량한 사지를 향해 몸을 맡겼다. 추가파병에 따른 국민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정부가 이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 스스로가 자신들의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현격하게 낙후된 필리핀의 경우에는 자국민이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되자 미국의 추가 파병 압력에 대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결국 자국민의 목숨도 살리고 추가파병 불가라는 명분도 손쉽게 얻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못한 처지에 놓여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파병 압력에 대해 이를 지혜롭게 극복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우리정부의 역활은 과연 어떠했는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부시가 유럽 각국을 향해 이라크군을 훈련시킬 나토군을 보내달라고 사정한 바 있다. 전투병 파병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한 상태였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그러한 요구에 대해 이라크군 병사들을 자신들의 나라인 독일과 프랑스로 데려와서 훈련시켜 주겠다고 했다. 터키도 미국에 추가 파병을 약속했다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시는 그러한 터키에 대해 예전 일은 서로 잊고 앞으로 잘해보자는 식의 구걸외교를 한 바 있다.

참으로 재미 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부시가 재선을 노리고 허겁지겁 달려드는 천박한 짓에 괜한 들러리만 서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부시의 비열한 몰골이 참 딱하게 되었다. 부시라는 한 사람의 전쟁광으로 인해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우스운 꼴이 된 셈이다. 항공모함 선상에서 자신만만하게 이라크 종전을 선언하던 부시의 모습은 이제 오간 데 없고 오직 외교적 구걸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추가파병을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아예 파병 자체를 하지 않은 국가들이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연정의 손짓을 받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에 한국군을 추가파병 하지 않으면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선전에 열을 올리던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집권 여당인 열우당과 제 1 야당인 한나라당의 지금 입장은 과연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국익의 실체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답해야 할 것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