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K-조선, 안보 동맹 넘어 기술주권 설계할 때다

시와 칼럼 2026. 7. 28. 19:21

최근 ‘마스가(MASGA)’로 상징되는 한·미 조선협력의 본격화는 단순한 산업적 제휴를 넘어선 해양 안보 동맹의 성격을 띤다. 아울러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의 연이은 러브콜 또한 대한민국 조선업이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글로벌 해양 안보와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음을 입증한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해양굴기 가속화 속에서 서방진영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냉철하고 명확할 필요도 있다. 단순히 동맹국의 산업 재건을 돕는 도우미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기술주권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초격차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강국은 한국의 건조 역량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생산 현지화를 명분으로 핵심부품 공급망과 제조공정의 핵심 자산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자국 내에 종속시키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우리 조선업은 껍데기만 남는 하청 기지로 전락할 위험성이 따른다.

따라서 우리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전체 생태계 환경이다. 선박 조립공정과 인력교육, 유지·보수 및 운영 플랫폼 분야에서는 협력을 확대하되, 한국산 핵심 부품과 기자재가 우선 적용되는 공급망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보호망이 필히 요구된다.

그와 함께 핵심 모듈과 지적재산권이 포함된 블랙박스 기술의 국내 완결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물량을 더 팔자는 것이 아니다. 협력 단계에서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핵심부품 및 기자재를 안보상 핵심 전략 자산의 일부로 정의하고, 미국 및 서방과 긴밀히 얽히는 '공급망 파트너십’의 강화를 뜻한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더라도 해당 공장의 통합 제어 시스템이 'K-조선 데이터 표준'을 기반으로 운영되도록 기술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우리에게 민감한 기술이전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럴 경우, 우리 기술의 성능·안정성·경제성·신뢰성 등 경쟁 우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선택받는 구조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이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디지털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다. 우리가 개발하는 차세대 AI 자율 제조 및 스마트 야드 플랫폼을 글로벌 선박 설계와 생산의 운영체제로 표준화하는 것이야말로 기술 주권을 지키는 핵심 전략이다.

즉, 우리의 핵심 알고리즘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안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기술이 동맹국 해군력의 현대화와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체 불가능한 공급자가 됨으로써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 오늘날 K-조선이 나아가야 할 가장 매력적인 전략이다.

영국·캐나다 등 우방국들과의 조선업 협력을 병렬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점도 적절한 방안이다. 미국 시장에만 매몰되면 우리는 미국의 법과 제도의 그늘 아래 과도하게 귀속될 수 있다. 미국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되, 우리만의 독보적인 ‘글로벌 조선 기술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문제다.

비록 미국 등 서방의 제조기반이 약화되었다고는 하나, 그들이 가진 원천 기술은 여전히 우수하다. 따라서 우리가 생산성을 무기로 시장을 확장하는 동시에 동맹국의 원천 설계기술을 우리 업체들이 공동연구 형태로 깊숙이 내재화하며 공동 지적재산권을 획득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인적 자본의 강화도 선행돼야 한다. 우리 조선사들이 글로벌 생태계에서 두뇌 역할을 잃지 않도록 정교한 경영 전략은 물론이고, 국립 조선 데이터·AI 사관학교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된다. 인재를 독점적으로 양성하고, 연구·설계 등 핵심기술을 국내에 묶어두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아무쪼록 국가 안보 협력은 더욱 공고히 하되, 기술 주권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그것이 K-조선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 세대까지 번영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국가 전략일 것이다. 그간 어렵게 쌓아올린 우리 조선업 발전사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그렇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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