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물가 가운데 유독 비싸게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다. 빵값과 과일값이 대표적이다. 특히 빵값을 둘러싼 배경에는 국내 전분당 시장의 86.4%를 독점해온 4개 대기업이 지난 7년 넘는 동안 치밀한 가격 담합을 일삼으며 부당 이득을 챙겨왔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네 식탁 물가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볼모로 했다는 점에서 우선 괘씸하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마저 악용한 행태는 민생 경제를 약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외부 파고마저 자신들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철저히 악용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재료값이 2배 가까이 치솟는 동안,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끊길까 봐 벙어리 냉가슴 앓으며 직원까지 줄여야 했다. 원물 가격 인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대기업의 일방적 통보는 사실상 끼리끼리 작당 모의였던 셈이다.
평균 소득 대비 유럽보다 우리나라 빵값이 비싼 기현상은, 이번 대기업들의 담합 사례처럼 독과점 시장을 방치한 정부 당국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뒷북치듯 징벌적 과징금만 매기고는 역대 최대 운운하며 성과 포장에만 급급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후 약방문은 이미 소비자 피해로 반영된 이후다. 특히 그로인해 경영난에 허덕이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피눈물 또한 복구하지 못한다는 문제다. 이미 악덕 기업들은 담합으로 뽑아낸 초과 이윤을 몽땅 거두어들인 후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나라의 곳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하루하루 재료를 구매하며 원가 부담에 신음해야 했던 영세 자영업자나 가계 물가를 견뎌야 했던 국민의 고통은 어디서도 보상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소비자 주권은 시장의 감시 권한을 강화할 때 비로소 확립된다.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모순이다.
이제라도 기업의 반복되는 담합을 근절하려면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장을 파악하고 이상 징후를 즉각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당국은 적발 후 과태료를 부과하는 요식행위에서 벗어나,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보다 합리화하고 담합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선제적인 경쟁 촉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시장에서의 가격 안정은 허울뿐인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직한 경쟁 위에서 더욱 크게 성장하고 활짝 꽃피운다. 이번 대기업들의 담합 사건을 계기로 공정한 질서가 무너진 먹거리 시장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부가 대기업의 뒷배가 아닌, 고통 받는 국민과 영세 상인의 뒤를 지키는 길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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