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미국, 한국 잃으면 중국에게 본토 뚫린다... 괜찮겠니?

시와 칼럼 2025. 10. 4. 12:30

미국 사회가 온통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징후가 농후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측근 그룹을 위시한 행정부 최고위층 관료들의 끊이지 않는 좌충우돌 말폭탄이 그것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들의 단말마적 비명과도 같다. 그야말로 무개념, 무논리, 무원칙, 무지성, 무대책 범벅이다.

한국 평택에는 해외 주둔 미군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캠프 험프리스’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1,467만㎡)에 이른다. 토지 무상 임대를 비롯해 건설 비용의 90% 이상을 한국 국민의 피땀으로 부담했다. 주거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현재 ‘캠프 험프리스’는 한국에서 가장 치외법권 지역에 속하기도 한다. 미군기지 내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국 경찰의 개입이 원천 불가능하다. 화재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우리 소방관이 진입할 수 없다. 다만 미군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다. 그야말로 미군을 위한 성역과도 같은 곳이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명목으로 매년 11억~12억달러의 국민 혈세를 꼬박꼬박 지출한다. 현재 원화 가치로 1조5400억~1조6800억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그마치 10배를 더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마치 막가파 폭력조직 악질 우두머리를 자처하는 듯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막대한 돈을 투입해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한 땅의 소유권을 한국에서 받아내는 것” 운운하며 "임대가 아닌 소유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싶다”는 발언도 했다. 이는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맹의 파괴 선언으로 여겨지는 지점이다.

미국 유권층으로부터 한시적 권한 위임을 받은 그가 주권국 영토를 빼앗겠다는 사악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개발 업자로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 그 특유의 알박기 시도였던 것일까? 영토의 일부를 외국에 양도할 수 없도록 명문화된 우리 헌법 이전에, 이건 명백한 침략 행위로 인식될 따름이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한국을 겁박하려는 얇은 속내도 미국의 곪은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한민국 안보를 빌미 삼아 현찰을 뜯어내려는 매우 너저분한 수법의 일환이다. 거기 동맹에 대한 상호 신뢰와 존중은 전혀 안중에 없다. 오로지 동맹을 인질 삼은 비열한 협박만 어지럽게 배회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안보를 해치는 부메랑이 될 것임을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한미 양국의 틈이 벌어질 경우 하시라도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칫 아시아·태평양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1950년 6월 발발해 1953년 7월 휴전된 한국전쟁은 남북 공히 깊은 앙금이 됐다. 이후 남한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자주국방 기틀 마련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제 자체 기술력에 의한 무기 생산 및 수출 국가로 발돋움했다.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한 흔들림없는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이는 비단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동아시아를 비롯한 태평양 전체 판도를 가상한 우리의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 중심에 놓인 중국의 군사 패권 강화와 위협을 빼놓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 남중국해 및 우리 서해 연안 등지에서 벌이고 있는 중국의 도발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중국에 의한 아태지역 패권 장악은 한국에게 여러모로 불편부당한 상황을 안겨주게 될 듯싶다. 미국 또한 세력 상실은 물론이고, 본토까지 손쉽게 뚫리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임도 자명한 이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미국 수호를 위한 최전선의 가장 든든한 방패이자 창과 같은 존재다.

바로 그러한 점은 세계 모든 미군 기지를 통틀어봐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기여다. 한국이 안보 무임 승차를 하고 있다는 허구적 주장의 공허함이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에게 주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런데도 한국에게 돈을 더 내놓으라는 겁박은 동맹 철폐 선언과도 같다.

물론 위성에 기반한 미국의 정찰 자산은 높게 평가한다. 현대전은 보이지 않는 신경망과 정보에 의해 지배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사시 하드웨어적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상대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전 수행의 눈과 귀가 되어 주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과 미국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략적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 야욕을 효과적으로 분쇄할 수 있는 유일한 동맹국이자, 그것이 두 나라가 새롭게 정립해야 할 진정한 가치다. 상호 신뢰와 존중을 통해 더욱 굳건하게 지켜내야 할 공동 자산인 것이다.

이제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지켜주기를 바라는 그런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 숱하게 침탈당하며 살아야 했던 그 비참한 역사적 교훈 앞에서, 우리는 뼈를 깎는 각오를 다지며 모든 노력과 정성을 쏟았다. 다시는 남에게 굽실거리지 않고서도 당당하게 우리를 지켜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의 총아였다.

워싱턴은 우리의 신념을 한낱 시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미 시효가 다한 낡은 문법에 기대어 동맹국 현찰 뜯어낼 궁리를 계속 하다가는 꿩도 매도 다 잃는다. 오만한 겁박과 색바랜 외교적 수사를 내려 놓고, 신뢰와 존중에 기반한 포괄적 동맹 관계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거듭 강조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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