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맹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상호 이익과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갖춰 성립되는 협약이다. 이는 개인이나 단체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기도 한다. 아울러 그것은 신뢰와 존중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일방에 의한 국가적 이기주의 또는 정치적 수단으로 오용될 때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간 미국은 거대한 영토와 자원,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풍부한 경제력과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세계의 경찰국가로 군림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제조업에 대한 노동 기피 현상이 날로 심화되면서 미국사회의 내적 허약성으로 자리하게 됐다. 그와 함께 의료, 치안, 보건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시름을 앓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의 핵심적 영역까지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돌렸다. 지주기업의 경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외부 전문 업체에 운영 인력, 관련 기술, 인재 육성 등을 위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술제품 생산력과 공급망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자초한 셈이다. 이제 그것을 강탈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8월 8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가조인하고, 10월 1일 정식 조인했다. 이어 1954년 11월 18일 발효됐다. 이는 단순한 우방국을 넘어서는 군사동맹의 지위를 지닌다. 유사시 양국이 힘을 모아 상대국과 전쟁을 치르겠다는 공동체적 성격으로, 한미동맹에 관한 법적·국제적 기반 마련이라 할 수 있다.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이를 근거로 한다. 그렇다고 전쟁 발발시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와 함께 1967년 발효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이 체결되며, 한미동맹의 제도적 틀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파협정에 대해, 주권국 지위를 포기한 굴욕적 결과물로 비난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한미동맹에 따른 소파협정은 적지 않은 불합리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에 기여한 측면이 높다. 한국의 경제적 발전, 정치적 자유주의 신장에도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단순한 안보동맹과 한반도 평화수호을 넘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포괄적 전략동맹 성격을 형성하며 발전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이후 한미동맹에 심각한 파열음이 울리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사가 한국인 대다수를 자극한다. 아울러 거기 담긴 우리 첨단기술과 자본에 대한 강탈적 횡포가 노골화되면서 과연 한미동맹이 옳은 길인지 근본적 의문과 회의감을 갖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히 깨달아야 할 점이 있다. 힘의 우위를 앞세워 타국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려는 오만한 탐욕은 반드시 깊은 불신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천년 역사에서 한국인은 그러한 무도한 행태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기질적 특성을 보인다. 그렇기에 신뢰와 존중이 사라진 동맹은 자칫 철폐로 내몰릴 개연성도 높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징하다.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원한 적국도 없다는 속삭임이다. 물론 한미 양국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 강화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길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사이의 신뢰와 존중이 바탕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이다.
중국의 경제력 급부상과 군사강국 모양새는 동북아의 세력균형 붕괴 사태로 전개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아울러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도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대처하기 위한 안전장치 측면에서 한국의 기술독립, 경제력 향상, 국방력 강화, 안보역량 등은 필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이는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에서도 유용하다.
한국과 미국은 미래를 함께 나눌 전략적 동반자로서 상호 협력이 긴요하다. 하지만 주권국을 수렁으로 몰아넣을 태세 그리고 국민적 자존감을 짓밟는 행태로는 무망하다. 시급히 잘못을 인정하고 한미 양국이 더 한층 확대 강화된 동맹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의 쌍방향성 선회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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