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한국기업들 철수하면 트럼프 끝장, 동맹국 신뢰와 존중 갖춰야

시와 칼럼 2025. 9. 12. 20:57

트럼프 행정부가 재앙을 자초했다. 한국 기업들이 백악관을 신뢰하기 어렵도록 만든 점은 치명적이다. 더욱이 미국의 필요와 요청에 의해 대규모로 투자한 한국기업을 표적 삼았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더한다. 대다수 한국인도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깊게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고 기술력과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있어서 절대적 수요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심지어 최첨단 무기 생산 및 운용과 결부되며 국방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조선 역량에 있어서도 미국은 한국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미국 당국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의 조지아주 소재 신규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했다. 한국인 기술인력에 대해 쇠고랑을 채우는 등 모욕적 행태를 저질렀다. 이를 접한 한국인 모두 충격에 휩싸인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열악한 구금 시설에 가두기까지 했다.

그간 한국 정부가 미국 의회에 한국인 기술인력 등에 관한 비자 문제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도리어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최첨단 산업을 강탈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급기야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기업과 관련된 한국인 엔지니어 수백명을 범죄자 취급했다.

이에 한국기업들이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또는 가동하고 있는 생산라인의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거 귀국시키고 있다. B1 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상태여서, 향후 그로 인한 또 다른 체포와 구금으로 이어지는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파견된 한국인 전문인력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듯싶다. 자칫 미국에 있는 모든 한국기업 공장이 전면 중단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공정 세팅, 수율, 운영 등 핵심 제조 역량 등이 국내 엔지니어들에게 집중돼 있어서다. 미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삼성 반도체 텍사스 공장은 군사용 AI 칩, 레이더 칩을 공급하는 핵심 생산 기지다. 이게 멈추면 미군 무기체계 운용에 타격을 입는다. 또한 배터리 공장이 멈추면 미국 전기차 생산도 멎는다. 현대와 기아의 전기차 공장, 포스코의 철강 가공 기지 등 미국 제조업 심장부가 동시에 멎을 경우 대량 실직사태도 피할 수 없다.  

이는 워싱턴 정치권까지 덮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선거에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 유럽 주요 국가에서 투자 요청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한국을 미래 산업의 동반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차제에 본국에 첨단 공장을 확충할 필요성도 높다.

그렇다고 일본과 중국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일본은 반도체와 배터리 경쟁에서 한국에게 한참 밀려 있다. 중국은 저가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으나,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이 한국 기업들로 돌아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적 문제와 함께 안전성, 수명, 고효율 등 기술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경우에는 건설 단계부터 미세공정의 장비 설치, 클린룸 환경 구축 등에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생산라인 운영에 따른 수율 안정화 등 극도로 정밀한 작업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인력이 사실상 없다.

지금까지 미국은 동맹을 앞세우며 한국에 일방적인 요구를 일삼았다. 또한 한국을 여전히 자신들 하청형 협력자로 취급해도 무방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런데 만일 유럽 주요 국가 기술자였다면 과연 미국이 그러한 무도한 짓을 저질렀을까? 한국을 압박해 더 많은 것을 뺏어내려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은 기술력, 생산력, 글로벌 수요를 동시에 갖춘 국가가 됐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더는 무기력하게 끌려가지 않아도 되는 위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치졸한 압박 전술에 맞서 당당히 조건을 제시하는 주도국으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다. 미국이 도리어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내라며 지속해 압박했다. 한국을 향해서는 현금 인출기 쯤으로 여기는 무도한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 투자는 필요로 하면서, 그에 합당한 대우는 안 해도 되는 존재 정도로 여긴 것이, 최근 한국인 엔지니어들에 대한 모멸적 체포와 감금 사태다.

오늘날의 한국은 미국 없이도 충분히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굳건히 마련한 상태다. 또한 한국 공장들이 철수하면 수많은 미국 노동자가 해고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종전의 FTA를 반영한 관세 조정, 비자 문제 해결, 의회 차원의 한국기업 법적 보호 강화, 세제 혜택, 보조금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안전하게 사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요구된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한국은 미국과 협력할 수 있으나, 동맹국마저 믿을 수 없도록 만든 점은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다. 신뢰와 존중이 없는 관계는 흔들리고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그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단기적 손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유럽과 중동,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통한 공급망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특히 유럽 연합은 한국기업 유치를 위해 매우 적극적이다. 굳이 미국 눈치 보며 애매하게 말할 이유가 없다.

이재명 정권도 누적되는 정치적 불안정을 걷어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 외교적 측면이 자리한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개혁을 차용한 개악의 소지가 다분한 여러 입법을 국민께 공개하고 토론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짓밟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그렇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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