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트럼프의 한국기업 표적, 정치적 맥락 담겨 있나?

시와 칼럼 2025. 9. 9. 22:28

중국 베이징에서 3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전승절 기념행사에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를 대신해 참석했다. 이날 열병식에서 접하게 된 각종 대량 살상무기들은 인접국인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불편한 것임을 숨길 수 없다.

공교롭게도 4일(현지시간) 새벽이 되었다. 헬기까지 동원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국토안보수사국, 연방수사국, 마약단속국, 국세청, 폭발물단속국 등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신규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했다.

불법체류 혐의로 475명이 체포된 가운데, 한국에서 현지 출장에 나섰던 30명 이상을 비롯해 한국인도 300여명 포함됐다. 쇠사슬에 손발이 묶인 채 끌려가는 모습은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비자 문제를 들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회의 참석과 계약 등을 위한 B1 비자 또는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미국 당국은 이를 ‘체류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이라는 이유로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체포했다.

B1 비자는 사업파트너와의 협의, 비즈니스 컨벤션, 컨퍼런스 등을 비롯해 과학, 교육 등의 목적으로 90일 이내 체류할 수 있다. 체류 목적 변경 등으로 비자 연장을 신청할 수도 있으나 제한적이다. 그마저 지난해 B1 비자의 거절 비율이 27.8%에 이른다.

현재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비자는 H-1B으로, 최소 학사 학위 또는 전문 직종에서 그에 상응하는 경력 보유자여야 한다. L1 비자 경우에는 계열사 또는 자회사의 파견 주재원 중 임원, 관리직, 특수 지식, 기술을 지닌 사람이 그에 해당된다.

더욱이 H-1B 비자 신청자가 매년 세계에서 50만명 가량이다. 하지만 연간 8만5천개로 묶인 가운데, 이중 2만여개는 미국 대학원 과정을 졸업한 외국 국적자 몫이다. 그마저 3월에만 신청할 수 있어서, 신속 대응이 요구되는 기업활동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그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내장돼 있다. 아울러 이들 비자 취득 소요 기일이 오래 걸린다는 속사정이다. 때문에 급하게 현지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에는 대체로 B1 또는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그간 우리 기업들이 관행처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는 비단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닐 듯싶다. 다른 외국 기업들도 유사한 고충이 있으리라 여긴다. 그런데 왜 한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았을까? 그것도 이전 바이든 행정부 요청에 의한 대규모 투자다. 특히 중국 전승절이 끝나는 지점과 맞물린다.

여기서 조지아주 노동총연맹 '이본 브룩스' 회장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정직한 생계를 유지하려는 조지아 이민자들을 겨냥한 지속적 괴롭힘의 가장 최신 사례”라며 “정치적 동기에 의한 표적이 된 모든 노동자와 함께할 것”이라는 성명서 내용이다.

지난 8월 하순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국 특검의 오산 공군기지 급습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표출이 있었다. 급기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한국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이에 정적인 바이든 행정부 때 착공한 한국기업들 건설현장을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 중인 미국 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전문 인력과 청년들이 미국에 원활히 진출토록 전문직 비자 쿼터 법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요청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도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와 외교 상황에 대한 대내외적 정치적 신뢰 회복 등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정치 보복으로 날밤새는 음산한 작태도 즉각 멈춰야 한다. 오직 국익만을 염두에 둘 때다. 조속한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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