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성도 난징에 눈이 내렸다. 1996년 1월 19일 이른 아침이었다. 마치 20세된 농촌 출신 댜오아이칭 죽음을 추모하는 듯했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도심 상업지구인 신제커우 거리였다. 버려진 가방에 잘게 조각난 채 담겨져 있었다. 주로 난징대 캠퍼스 주변이었으며, 이른바 '난징대 토막 살인 사건'으로 불린다.
이후에도 가방에 담긴 상태의 사체 조각이 번화가 5~6곳에서 발견됐다. 2,000여개로 조각난 신체가 침대 시트에 싸여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기도 했다. 그 때문에 신원 파악은 고사하고, 형체 식별도 어려웠다. 하지만 양호한 상태의 두상과 손가락 3개가 단서였다. 희생자가 입었던 빨간 코트도 발견되며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처참하게 희생된 댜오아이칭은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시 농촌 마을에 살며 고교를 졸업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난징대에 두 차례 응시했으나, 매번 근소한 점수 차로 불합격됐다. 그러던 가운데 난징대 정보관리학과 컴퓨터 응용 분야의 단기 성인 교육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난징 유학 100여 일만에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손과 발이 매우 정교한 칼질에 의해 작은 크기로 절단됐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뼈가 있는 부분은 완벽하게 피해 신체를 도려낸 정황으로 볼 때 일반인 소행으로 여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어떤 형태로든 전문가 칼질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신체 일부는 삶아지기까지 한 끔찍함의 끝판이었다.
그의 마지막 행적은 1월 10일 저녁이다. 같은 기숙사에 살던 여학생이 학교 규정을 위반한 것 때문에 댜오아이칭도 연대 처벌을 받게 됐다. 그는 기분 전환을 할 요량으로 침대 위에 이불을 펼쳐 둔 채 산책을 나간 것이 전부다. 그리고는 불귀의 몸이 되고 말았다. 시신 발견 9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원한을 살 가능성도 없었다. 애정 문제에 연루되지도 않았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더없이 잔혹한 범죄에 희생된 역대급 참극이다. 무엇을 노린 것이었을까? 더욱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지금까지 범행 현장조차 찾지 못한 채 미궁속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런 한편 파리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할 무렵, 중국에서 또 다른 엽기적인 사태가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의과대 해부용으로 기부된 시신을 빼돌리고, 장례식장에서 화장 절차를 앞둔 시신의 사지 등을 몰래 훼손해 인체이식용으로 판매한 일당의 범죄 행각이다. 중국 각지 장례식장 및 화장터, 일부 의과대학 교수 등 75명이 범행에 가담했다.
해당된 사안은 중국 뼈 이식 전문기업인 산시오루이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인체 유해와 사지 등을 불법 구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세기말적 막장극이다. 이를 지난 5월 타이위안시 공안이 최초 적발해 조사 중인 것을 지난 8월 8일, 베이징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성화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사건 자료를 공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회사 경영진은 뼈 이식 재료의 원료 출처를 숨기기 위해 유족 서명이나 기증 양식 등 각종 기록도 위조했다. 이런 식으로 들여온 시신이 4000여 구에 이른다. 중국 수사당국이 압수한 인체 골격 재료 및 반제품이 무려 18t, 완제품도 3만5077개에 이른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인 까닭에 중국 정부가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기사 삭제에 나선다는 정황도 읽힌다.
'난징대 토막 살인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일을 두고, 중국의 민낯이라며 싸잡아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가난한 사람의 경우에는 죽은 후에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됐음은 자명한 듯싶다. 시진핑 주석 장기 독재체제의 탐욕적이고 위협적인 '전랑외교' 그늘 속에 내부 모순이 심화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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