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은혜·이소영 의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놓고 뭘 어땠길래?

시와 칼럼 2024. 8.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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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모처럼 제기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가 그간 논의와 합의를 통해 28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한데 따른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합의점 도출에 이른 민생 법안이다. 피해자가 전국 곳곳에서 연이어 속출하는 와중이고, 피해액도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다. 그렇잖아도 힘든 서민들 삶에 직격탄인 셈이다.

전세사기는 임차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악질 범죄로, 사회적 파장도 실로 엄청나다. 피해자들이 겪는 주거 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정 파탄과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재산의 전부에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층 피해 비율도 높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서만 전세사기 피해액이 자그마치 3조 원을 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1만4250건 발생했다. 액수로는 3조818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집계된 피해액 2조2637억 원에 비해 36.1% 증가한 규모다.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후 HUG가 대신 돌려준 대위변제액 규모도 올 상반기만 2조417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6506억 원보다 46.5%나 껑충 증가된 액수다. 지난해 HUG의 대위변제액 규모는 무려 3조 5540억 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사회적 재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주택값 고공행진은 서민들 주택 마련에 대한 꿈을 짓밟은 사태로 회자된다. 2019년부터 전세보증 사고도 급증했다. 이에 HUG가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국토교통부에 16차례나 전세 사기 예방 및 HUG의 재정 위험 관리를 위한 전세보증한도 하향을 요청했던 것으로 최근 감사원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2021년 10월, HUG 측에서 막대한 재정손실이 예측되므로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하는 리스크 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국토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무슨 사정 때문인지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등 HUG의 리스크 관리 요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일 국토부가 HUG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약 4조 원 가량의 보증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셈이다. 아울러 국토부의 임대사업자 의무 이행 관리 미흡, 임대보증에 가입하지 않아도 임대차계약 신고가 수리돼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누락되는 등의 문제점도 적발됐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에야 국토부가 대책 검토에 나섰다. 그런후 지난해부터 공시가격 적용비율과 담보인정비율을 하향했다. 여기서 HUG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듯싶다. 전세보증을 악용한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와중에도 악성 임대인 보증가입을 사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측면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2023년 6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에 들어갔으나, 여러 맹점이 드러나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21대 국회 종료 직전, 더불어민주당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원희룡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전반적 기류도 모든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기는 듯했다.

이번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할 때 발생한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피해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서 임대료 없이 10년 간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계속 거주를 원할 때는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로 10년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다가구주택, 신탁사기 주택, 불법건축물 등도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인 임차보증금 한도를 기존의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상향했다. 여기에 피해지원위원회 자체적으로 2억 원을 추가 인정할 수 있어 최대 7억 원 세입자까지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한편 전세사기 유형 및 피해규모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와 함께 그 이행 상황을 6개월 주기로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그간의 피해구제책에서 보다 진일보한 개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여당안을 중심으로 국토위 간사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토대로, 야당이 일관되게 제기해왔던 사각지대 해소 요구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피해자 지원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사기 범위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신속히 보증금을 회수하고, 안정된 주거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박수받을 일임에 분명하다. 특히 국민의힘 김은혜(성남분당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의왕과천) 의원이 보여준 열의는 우리 정치에서 어떤 희망의 단서를 보게 하는 듯싶어 유쾌할 따름이다.

우선 김은혜 의원은 "피해자를 돕기로 한 이상 조건에 제한을 두거나 재정투입에 여지를 없애면 안된다"며 정부를 계속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결혼·출산 등으로 가구원수가 늘면 더 넓은 집이 필요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곧은 의지를 관철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권영진 의원 등도 힘을 보탰다고 한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전세사기특별법 유효기간이 내년 6월 종료되는 점에 따른 법안 미비점을 보완했다. 해당 기간 내에 피해 신청 및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 선별 위원회를 법안이 사라져도 존치하도록 하고, 피해자지원센터도 10년 동안 존속하도록 하는 부칙을 뒀다. 6개월 뒤 실태조사를 통해 법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 다시 개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기도 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과 노력을 통해 기존에 비해 훨씬 많은 피해자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도 있는 듯싶다. 이미 경매가 종료된 피해자 및 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은 미흡하다.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최소보장 방안, 다세대 공동담보 추가 안분 배당, 다가구주택 매입 동의율 완화 등도 남는다.

또한 권리관계가 복잡한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공동담보가 있는 주택들은 현실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경매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각지대 틈새에 놓여 아무런 구제 대책도 닿지 못할 피해자들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된 법안의 작동을 면밀히 추적 파악해 추가적인 조치와 보완입법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점이다.

아쉽고 미흡한 점도 없잖으나, 그럼에도 피해자들 고통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야가 더 늦기 전에 개정안 합의를 이루고, 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정부도 종전 입장과는 달리 피해자 구제에 나서기로 정한 바에야, 정치권과 협력하여 원활하게 시행되도록 살펴야 할 일이다. 아울러 법안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대책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