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택규 협회장, 그만 용퇴하는 것도 용기다

시와 칼럼 2024. 8. 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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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여제 안세영 선수가 극심한 부상 후유증을 견디며 기필코 파리올림픽 코트 위에서 금빛을 쏘아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코트 밖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와 당차게 맞서 싸우는 상징적 선수로 자리매김됐음이다. 다른 선수들을 위해 기꺼이 나서기로 작정한 듯 여겨진다.

하지만 비록 최고의 실력을 입증하며 금메달리스트가 됐을지라도, 순전히 개인적 힘만으로 협회 권력에 대항하기엔 크나큰 용기와 수월치 않은 결단이 요구됐으리라 여긴다. 더욱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회장을 포함한 임원만 무려 40여명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이는 대한축구협회보다 많은 임원진이다.

그런데 어느샌가 협회 차원의 괴이한 여론전이 펼쳐지는 듯싶다. 김택규 협회장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일찍 귀국했다. 그런후 안세영 선수가 이튿날 입국하기 무섭게 A4용지 1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냈다. 협회는 아무런 잘못없이 최선을 다해 도와줬는데, 오히려 안세영 선수가 일방적으로 협회를 공격했다는 취지다.

그런 이후 SNS 등에서는 안세영 선수를 비방하기 위한 목적의 게시물이 유독 많아진 듯싶다. 대표적인 허위 주장이 항공기 좌석에 관한 논란이다. 지난 2018년 11월, 국내 어느 방송사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관련해 보도했던 내용이 최근 논란과 함께 재조명되며 어느 일간지 인터넷판을 통해 기사화됐다.

즉, 2018년 7월 중국 세계선수권 참가 때 선수 6명 출전에 임원은 8명이 따라갔다는 지적이다. 또한 감독과 선수들은 이코노미석 탑승인데, 임원진은 비즈니스석이다. 2017년 5월 호주 대회 때도 임원 5명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원 여비에는 돈을 펑펑 쓰지만, 선수단 지원은 열악했음을 꼬집는다.

이는 안세영 선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이에 대해 현 집행부는, 임원 임기가 시작된 2021년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해외 출장 때 대부분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임직원과 지도자, 선수 등 배드민턴 관련 올림픽 참가자 56명의 좌석 등급과 항공료 재원까지 익명 처리해 공개했다.

협회는 그런 한편, 이전 집행부가 이끌던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부회장급 이상 전원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언론 질타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무슨 연유로 이번 안세영 선수의 좌석을 결부시켜 설명하느냐는 점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마치 안세영 선수가 항공기 좌석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세영 선수는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선수 육성 및 훈련방식, 선수 부상관리, 대회출전 등을 거론하며 비판한 바 있다. 절차에 있어서의 공정성과 합리성일 것이다. 또한 전체를 위해 개인이 무작정 희생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 방식에 대한 항변이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이 모여 있을 때 조직도 존재하고, 국가 또한 국민이 있기에 존립한다.

날로 급변하는 세태다. 개인의 합당한 자유 의지가 존중되지 않는 상태에서 조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개별 인격체가 지닌 특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총화를 이룰 수 있는 지도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안세영 선수가 하려던 목소리에 기성세대들이 보다 귀기울이고, 더는 상처받는 선수가 없어야 할 일이다.

시중에는, 김택규 회장의 대화 녹취라는 출처불명의 내용이 떠돌고 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겠으나, 혹여라도 맞다면 문체부 조사 또는 감사로만 그칠 일이 아닌 듯싶다. 체육계 전반의 더 큰 발전을 위해서라도 필히 짚어져야 할 문제라 여긴다. 정부 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촉구된다. 아울러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경우라면 그만 용퇴하는 것도 용기일 수 있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