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승하차 출입구 쪽에 무슨 일이 있나?

시와 칼럼 2024. 8.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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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1호선 승하차 출입구 쪽으로 서울시의회 111명의 시의원 이름이 적혀 있는 대형 홍보판 수십개가 상하행선 양쪽으로 길다랗게 줄지어 있다. 이를 마주한 순간, 마치 중생대 파충류 화석이 사람들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철 1량 길이에 각각 2개의 구조물이 흉물스레 형광불빛을 뿜어낸다. 전철 1편이 8량으로 운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한 쪽 선로에 16개다. 맞은편 선로까지 모두 합하게 되면 총 32개의 이질적 홍보판이 혹여 어느 장례식장 망자의 이름인 듯 늘어서 있다.

의문이 들었다. 서울시의회가 무슨 목적으로 시의원 111명의 이름을 빼곡히 넣어 이런 식의 유치하고 졸렬하기 그지없는 홍보에 나서는 것일까?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 위난의 국가를 지키려던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것도 아니다.

예산도 적잖게 사용되었을 듯싶다. 정확한 금액은 살펴봐야 알 수 있겠으나, 그게 모두 시민들 각자의 피땀으로 설치됐을 것임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혹여 시의원 개개인의 사비를 들여 설치한 경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임에 분명하다.

묻거니와, 서울시의회 시의원 이름을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시의회로 확인하면 가능한 일이다. 굳이 서울역 1호선 승하차 출입구까지 가서 확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전기료 무서워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며 불볕더위를 견디는 시민들을 우선 생각하기 바란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