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금빛에 가리워진 그늘, 명백한 가혹행위 진상 가려져야

시와 칼럼 2024. 8. 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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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드민턴이 마침내 올림픽 금빛을 손에 거머쥐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 선수가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를 2-0으로 완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선수 이후 무려 28년 만에 거둔 쾌거다.

하지만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기쁨의 순간도 잠시, 셔틀콕 여제 입을 통해 저간의 불만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어쩌면 진작 터졌어야 할 폭탄 발언인 듯싶다. 국민적 시선은 자연스레 대한배드민턴협회로 향해 있다. 휘발성 강한 파문에 대해 협회는 안절부절 둘러대기에 여념없다.

안세영 선수는 근래 들어 “다 끝나면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한 바 있다. 경기 직후 그게 무슨 뜻인지를 묻는 취재진을 향해 굳게 작심한 듯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건 나을 수 없었다"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부상을 겪는 상황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고,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배드민턴 발전과 제 기록을 위해서도 나아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모르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입은 무릎 인대 파열이 2~4주면 회복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계속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후 재검진에서 부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힘든 가운데 올림픽을 위해 모든걸 견디며 훈련에 매진했던 셈이다.

지난해 7월 회복을 돕기 위해 영입된 한수정 트레이너에게 의지하며 파리올림픽 출전에 대비했다. “수정 쌤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시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같이 오고 싶어했던 트레이너 쌤도 못 오게 됐고 외국인 코치님과는 (소통에) 한계가 있어 어려운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이번 올림픽 출전 전까지도 대표팀이 아닌 트레이너와 훈련하고 싶다는 의지를 계속 전했으나 협회는 이를 묵살했다. 트레이너와 함께 올림픽에 동반하지 못하게 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불안을 안은 채 올림픽을 치르게 된 것이다.

지난 인도 오픈 8강 때는 허벅지 근육에 갑자기 이상을 느끼고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자비로라도 귀국해 조속히 치료받겠다"고 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싱가포르 오픈과 인도네시아 오픈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됐다. 인천공항에서 곧장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려고 했으나, 교육 참석을 이유로 거부됐다. 협회의 명백한 가혹행위다.

그와 관련 “선수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 언젠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것”임을 강조했다.

훈련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른데, 저희 협회는 너무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온 것은 협회가 좀 더 뒤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남겼다.

선수 출전을 놓고서는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다"며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 꼬집었다. 우리 체육계 전반에 거쳐 만연한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를 들춰낸 듯싶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다음 올림픽 출전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너무 야박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은퇴설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협회의 독선과 제왕적 운영에 따른 반발로 이해된다.

그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잡음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대표팀 선수 선발에 부당 개입하는 것을 비롯해 부적절한 예산 사용에 대한 질타도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협회 실수로 인해 우리 선수 2명이 자격정지 1년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후 해명이 받아들여져 벌금 4만달러로 마무리된 바 있다.

안세영 선수가 무겁게 전하는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뼈를 때린다. 차제에 선수 육성 및 훈련방식, 선수 관리, 협회 의사결정 체계, 대회출전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고 이제라도 군림하는 체육에서 속히 탈피해야 하리라 여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