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 대통령, 최악의 상황 피하려면?

시와 칼럼 2024. 4. 1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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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 참패로 22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를 경고하는 뚜렷한 징조가 있었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성적표가 그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무려 17.15%p 격차로 대패했다. 민심의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읽히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특별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특정 정당에 몰표를 던지는 호남 및 TK 정서와는 크게 다른 양상을 지닌다. 그런 점에서 현격한 득표율 차이는 집권당의 총선 전망을 매우 어둡게 했다. 더욱이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후보가 민주당 표를 일정 부분 잠식했음을 감안할 때 충격은 더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민심의 매서운 질책으로 읽히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어설픈 편가르기와 이분법적 국정기조에서 시급히 탈피할 것을 주문하는 비명과도 같았다. 아울러 고난 가운데 처한 서민들 삶을 돌보라는 채찍이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도 그것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말과 함께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국민 삶을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 더 꼼꼼히 챙기고 당정 정책소통을 긴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정기조 변화에 대한 의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이념 외교를 표방하며, 냉전 논리의 첨병을 자처했다. 그게 우리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었느냐는 현실적 물음 앞에 직면해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도 거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북한을 자극한 후과 또한 지금 우리 앞의 짙은 그림자로 드리워진 상태다.

물론 미국과의 동맹에 있어서 충분히 납득할 점이 많다. 하지만 맹종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우리 스스로 묶인 돼지 신세임을 자처하며 무작정 굽신거려야 할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그러한 외교는 우리 기업들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익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난다.

국민 대부분은 말을 아낀 채 상황을 관찰한다. 대통령의 정책 방향성과 국정 스타일, 참모진과 각료들 인선과 언행 등을 주시한다. 이는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도 공히 그렇다. 때문에 민심을 살피며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가운데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을 때 찬사로 이어진다.

국민 입장에서 권력이 오만하거나 민생이 조롱당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마음을 닫게 된다. 왕정시대에도 민심이 천심으로 통했다. 하물며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아 대리하는 대통령에게는 굳이 많은 말이 필요치 않으리라 여긴다. 윤 대통령이 이를 각별히 유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