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총선 참패 원인과 극복 방안은?

시와 칼럼 2024. 4. 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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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지난 21대 총선 참패에 이어 22대 총선마저 크게 패하는 악몽을 직면하게 됐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을 포함한 총 108석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2년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음을 감안할 때 민심의 노도와 같은 무서움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용산의 국정 기조 전반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상당하다. 정무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메시지 관리도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강고한 보수 성향의 TK 주류 정서만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 인식은 날로 높아지는데, 집권세력 국정 방향성은 80년대에 고착화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국민 저변에 형성된 보편성과 상식에 반하는 일로 간주된다. 응당 국민을 화나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며, 소통 부재 논란을 촉발한다. 비록 의도된 바는 아닐지라도 집권 세력 스스로 불통 이미지를 쌓아 올리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과 국민과의 간극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며, 야권은 그 약한 고리를 노려 잭팟을 터뜨린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이 시급히 깨달아야 할 점은, 국민은 검사 앞의 피의자 신분이 아닌 주권자라는 점이다. 아울러 세상이 흑백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고도화, 다원화, 다층화된 사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 어느 지점에 그물을 내려야 보다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고 아우를 수 있을지, 늘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용산발 악재도 거론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는 크게 찬성하는 반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방법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북한을 향한 말폭탄 사례도 오히려 불안을 증폭할 뿐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처리도 보수권 일각의 반발을 초래했다. 연구개발 관련 예산 삭감 또한 과학기술 강국을 염원하는 다수 국민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본격적 총선 국면에 접어든 이후 불거진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등의 실언이 겹쳤다. 정권 심판론이 드세게 형성된 가운데 불거진 치명적 패착이었다. 더욱이 신속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모면하려 했던 점은 국민적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대파 가격과 관련된 윤 대통령 발언도 서민들의 깊은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지역구 후보 공천에 있어서도 국민적 감동을 안겨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TK 지역의 낡은 이미지로 각인된 현역 의원들을 전혀 걸러내지 못한 점이다. 일제강점기를 미화해 논란을 야기했던 인사도 그대로 공천됐다. 인적 쇄신 측면에서 합리적인 보수와 부동층 이목을 이끌어 내는데 극명한 한계를 노정했다. 결국 그 밥에 그 나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나마 여권이 개헌 저지선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야권의 200석 타령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보수층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역효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PK 선거판에 나서며 양산(갑), (을) 선거구 모두 국민의힘 후보 당선에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정부심판 기류가 우세했던 낙동강 벨트를 여권이 버겁게 선방할 수 있었던 촉매가 된 셈이다.

여권으로서는 애당초 승리하기 어려운 선거였다. 야권 일부 후보의 부도덕성이 불거지며 '이재명·조국' 심판 기류도 상당 부분 형성됐으나, 그것만으로 정권심판의 벽을 넘기에는 크게 역부족이었다. 55대 35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확연했다. 여야 공히 현실 타개책과 미래 비전은 빈약한 채 상호간에 심판의 목소리만 난무했던 선거로 기록될 듯싶다.

이제 범 야권은 국회 180석을 넘는 의석이 됐다. 사실상 모든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 의회권력을 21대 국회에 이어 또 다시 갖추게 됐다. 개헌과 탄핵,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 이상을 얻지는 못했으나, 입법 권력은 손아귀에 틀어쥔 셈이다.

향후 정부 여당은 종래의 국정 기조에서 탈피해 보다 폭넓게 호흡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국민 일반이 겪는 호곡어린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새로운 희망이 될 때 성원도 따른다. 기업들에게 혜택을 줬다면, 서민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것을 내줘야 수긍한다. 그 또한 국가 경영의 처세일 수 있겠기에 그렇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