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읍참마속 결단 이해된다!... 그런데?

시와 칼럼 2024. 3. 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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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 울면서 마속을 벤다는 뜻을 지닌다. 제갈량이 평소 자식처럼 아끼던 마속을 참수한데서 유래하는 고사성어로,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에 연연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즉,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법이 엄격하게 집행될 수 있을 때 조직 전체 기강도 확립될 수 있겠기에 그렇다.

촉나라의 탁월한 지략가인 제갈량은 제1차 북벌 때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街亭)을 지킬 장수로 마속을 보낸다. 아울러 가정의 길목인 산기슭에 진을 쳐 적의 접근을 막으라는 당부도 곁들인다. 하지만 마속은 이를 듣지 않은 채 적을 유인한 후 역공할 생각으로 산 위에 진을 치게 된다.

그로인해 산등성이를 점령한 적의 군대에게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로 포위당하고 만다. 사방팔방 적군에 휩싸인 마속 군대는 제대로 싸움조차 하지 못한 채 숱한 병력이 죽임을 당하며 참패하게 된다. 그로인해 전체 전략 전술에 큰 차질을 빚으며 위나라에 대한 제갈량의 1차 공격이 중도 좌절로 돌아간다.

이때 마속이 용맹한 장수임을 내세워 구명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갈량은 군대 기강 확립과 대의를 위해 울면서 마속의 참수를 명했다. 이는 촉나라 건국 군주였던 유비의 이릉대전 대패와 사망, 그에 따른 엄청난 국력손실과 내부 반란 등 악재를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이었을 수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지역구 후보 공천을 마무리하는 즈음, 언행에 대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런 직후 언론을 통해 일부 후보의 막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러자 수도권 선거 기류가 급랭 상태로 돌변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문제 후보에 대한 공천이 잇따라 취소됐다.  

아울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과 관련해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로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과 함께 용산에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와 함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물의에 대해서도 "황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말씀은 이미 드린 바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한 셈이다.

문제 후보들을 비롯한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수석에 대한 야권의 파상적 공격이 지속될 경우,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심 이반을 부르는 요인을 제거해 총선 참패를 막으려는 읍참마속의 심정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 여권 인사들의 막말 논란 등이 세간에 회자되며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대로는 위기라는 분위기도 확산되는 와중이다. 오죽했으면 여권 우세지역인 분당(갑) 안철수 후보와 분당(을) 김은혜 후보마저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가 국민 눈높이”라며 질타할 정도다.

특별히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반기 및 이후 국정운영 성패를 가를 중대 국면에 놓여 있다. 여야 막론하고 상대에 대한 심판 구호만으로 부동층 표심을 얻기엔 한계다. 국민을 위로하는 가운데 비전 제시를 통한 용기와 희망의 메신저가 되지 않고서는 패착이다. 특히 집권당은 더욱 그렇다는 점을 유념할 수 있어야 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