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띄우는 서신

시와 칼럼 2024. 3. 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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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열쇠는 침묵하고 있는 부동층이다. 성향적으로 특정 정당에 맹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다 유연한 사고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 이분법적으로 쉽사리 측정될 수 없는, 바로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서는 선거 승리가 사실상 불가하다.

민심의 바다는 무변광대하다. 선거는 그 어느 지점에 그물을 내리는 것과 같다. 언어와 행위 등을 망라해 목표 지점을 향하는 복합기교다. 그런만큼 치밀한 사회과학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것을 접하는 대중의 시선은 각 정당들의 철학과 신념, 시대와 역사에 대한 안목, 국가관,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계량한다.

거기 또 다른 변수는 유효한 힘으로 작동되는 사표심리다. 그와 연동되는 것이 부동층 표심이다. 이들은 어느 정당이 더 혐오적 언행을 일삼는지 그에 따른 반동적 투표행위로 나타난다. 더 미운 정당에 속한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그와 상대적 입장에 있는 후보에게 표를 주거나 또는 투표 자체를 포기한다.

4.10 총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정당들도 지역구 후보자 공천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양상 등 접하기에 피폐한 경우도 있다. 자신이 오랫동안 속해 있던 정당을 저주하며 탈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소속 정당을 통해 금배지를 달았던 이들마저 당적을 옮겨 출마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정우택 후보의 '돈봉투 수수 의혹'과 도태우 후보의 '5.18 망언'이 알려지며 공천이 취소됐다. 조수연 후보의 '일제 강점기 옹호'와 장예찬 후보의 입에 담기 민망한 수준의 막말 논란도 겹치는 와중이다. 또한 박덕흠 후보의 '4선당선파티',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문제도 악재가 되고 있다.

민주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봉주 후보의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막말과 거짓사과 논란이 불거지며 공천이 취소됐다. 또한 '라임 펀드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공작’ 피해자"라며 공개한 옥중 편지다.

그는 편지를 통해 "2020년 4월 체포된 이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었는데, 민주당의 거듭된 정치 공작에 걸려들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검사들을 공격했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향후 어떻게 번질지 모를 초대형 악재로 대두됐다.

군소정당들 사정도 나을 바 전혀 없다.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퇴락한 현주소에 다름 아니다. 자녀 입시비리, 감찰 무마 등으로 2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은 당사자가 신당을 창당하는 희극적 상황이 실제 벌어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재판 지연을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 돌입을 앞두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에 힘입어 일정 부분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한 점에서 작동됐다. 그 가운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서로 다르게 보여진 측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된다. 맹목적 자기 편에게만 물개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이념 논쟁이 특히 그렇다.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종북 청산과 같은 이념적 구호로 보수층 결집에는 성공했으나, 반면 부동층 확장에는 여전한 의문을 노정하고 말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범법 의혹도 시효를 다한지 오래다. 지난 대선을 앞둔 무렵부터 무려 2년 넘게 울궈먹은 일이다. 이제 대중은 이 대표를 향해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쯤으로 인식할 따름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사망은 시간에 관한 문제라며 오히려 차분하다.

그보다는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위협이 더 큰 고통으로 자리한다. 수입은 제자리를 맴도는데, 장바구니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바닥 민심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런데도 집권당은 허구헌날 이념 타령에만 머물고 있으니 피곤을 느끼고 지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집권당은 집권당다워야 한다. 그것은 현상 타개 역량과 함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희망을 갖고 용기를 낼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될 수 있을 때 믿고 따르게 된다. 어설픈 편가르기, 박약한 이념 타령은 혼란만 가중될 뿐 사정은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깨달아야 할 일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