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푸틴-마크롱,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 둘러싼 속셈과 우리 외교는?

시와 칼럼 2024. 3. 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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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유럽 전역을 초긴장 상태로 내몰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데 따른다. 이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핵전쟁 불사로 응수하며 서방을 향해 더욱 강도 높은 위협에 나섰다.

확전을 우려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도 마크롱 대통령을 경계했다. 특히 러시아 인접국인 폴란드, 체코 등이 크게 분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일은 노골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심지어 미국, 영국도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며 사태 수습에 급급한 양상이다.

나토(NATO) 사무총장 또한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나토 32번째 회원국이 된 스웨덴도 "현재로선 전혀 파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파병에 따른 확전을 원치 않고 있다는 뜻이다.

주요 외신들도 "EU에서 지도자 역할을 차지하려는 마크롱의 어설픈 시도"라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마크롱 실언은 러시아를 위한 선전 쿠데타일 뿐이며, 그의 발언으로 인해 나토 분열을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여기서 마크롱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따로 있는 듯싶다.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라늄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를 둘러싼 러시아와 프랑스의 각축전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 뉘앙스에 담긴 속셈을 정확히 깨닫게 된다.

니제르에 군사 쿠데타 정권이 들어서고 최근에는 프랑스인에 대한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프랑스 이중 국적자도 니제르 당국의 통행 허가를 받아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항에서 돌려 보내진다. 설혹 입국한 경우에도 발각되면 추방된다.

이는 러시아가 니제르 군정 지원과 미래를 보장하는 대신 바그너 그룹의 천연자원 사업을 넘겨받기 위한 밀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니제르에 있는 프랑스 기업을 몰아내고, 그간 프리고진 방식의 음성적 사업에서 탈피해 이를 공식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강하다.

주지하다시피 용병 그룹 바그너는 니제르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천연자원 사업 등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을 이끌던 프리고진의 반란과 사망 이후 이들의 서아프리카 사업은 러시아 군부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정보총국(GRU)으로 넘어갔다.

그와 함께 러시아는 서아프리카 광물 및 자원에 대한 서방의 통제력 약화를 노리며 치밀하게 접근 중이다. 특히 프랑스는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 원자력 의존도가 2/3 가량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우라늄 사용량의 약 1/5을 니제르에서 수입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무리수는 이로부터 비롯됐다. 니제르 우라늄에 대한 프랑스 접근을 막으려는 러시아 행보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강하다. 만일 러시아가 니제르 우라늄을 통제하게 된다면 프랑스는 자국 에너지 확보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우리 입장이다. 이념 외교에 치우쳐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게 되면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른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무기 지원도 절대 있을 수 없다. 북한으로 하여금 틈을 줄 수 있음을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