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중국 시진핑 주석 전랑외교... 스스로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시와 칼럼 2024. 3. 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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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저임금과 거대 인구를 기회로 여긴 각국 자본이 몰려 들며 중국은 지구촌 최대의 제조업 전진 기지가 됐다. 한때 세계의 지붕으로 불릴만큼 초고속 성장세를 지속하며 머잖아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동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시진핑 주석의 확고한 독재체제 구축 이후 중국의 복합위기가 심상치 않은 양상이다. 지난해 발표된 5.3% 성장률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그룹 반응이 대다수다. 대체로 3% 안팎에 머문 것으로 추산하는 듯싶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블랙스완을 거론하는 견해도 상당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해 커다란 충격을 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능히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의 무분별한 팽창 전략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경제성장을 발판 삼은 군사력 강화는 국제 무대에서 소위 전랑외교(戰狼外交)로 노골화됐다. 늑대 무리처럼 힘을 과시하는 전략으로, 무력을 앞세운 영토 분쟁, 경제 보복, 역사 및 문화침탈 등을 일삼았다. 수탈적 형태의 일대일로 또한 빈곤국을 더 큰 재앙으로 내몰았다.

대만과의 양안 갈등, 인도, 베트남, 필리핀, 호주, 일본 등과는 영토 문제로 첨예한 상태다. 한국 또한 다르지 않다. 러시아와 국경 문제도 잠재된 화약고다. 미국과는 무역 분쟁에 이은 군사적 충돌 위험성도 상존한다. 세계인의 중국 비호감도가 70%를 상회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천안문 사태 이후 민주적 시위마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됐다. 중국 내부의 상시적 감시와 통제 강화를 위한 반간첩법 등의 폐쇄성마저 보인다. 외국인도 일상적 사진 촬영과 인터넷 검색이 문제가 돼 처벌될 수 있는 광범위한 법안이다.

이러한 위험 상황은 지속해서 자초됐으며, 따라서 그에 따른 경각심은 애당초 없었다. 거대 영토와 세계 최대 인구, 폭풍 경제성장을 바탕한 군사 강국으로 도약했다는 자만심에 취할 뿐이었다. 도처에 명백한 적색 신호가 켜졌으나, 오히려 그 영향을 간과하거나 무시한 채 안하무인이었다.

이를테면 중국 스스로 회색 코뿔소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향했다. 그 때문에 외국 자본의 급속한 유출과 생산 시설 또한 줄줄이 다른 나라로 이전됐다. 이는 곧장 부동산 붕괴와 함께 금융권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실업까지 겹치게 된 요인이다.

또 다른 심각성은 시스템 부재 현상이다. 관치 주도로 인한 부패와 책임성 결여는 위험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무딜 뿐만 아니라 온전하지도 않다. 응당 우선순위 설정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계속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며 더욱 악화될 여지마저 다분하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상대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드는 가운데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집권한 1980년대 이래 자체적인 경제 부흥에 매진하며 타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금기시했다. 이를테면 도광양회를 견지하며 착실하게 내실을 쌓았다.

그러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급격한 국력 신장이 이뤄졌다. 그에 기인한 자신감은 시진핑 주석 집권과 함께 방향을 완전히 선회했다. 중국 애국주의를 표방한 액션 영화 전랑에서 착안한 전랑외교의 본격화다. 여기에 중화사상까지 대대적으로 부추기며 위세를 부렸다.

그게 결국 국제사회 경계심을 부르며 총체적인 위기 국면에 놓이게 됐다. 선진국 하청업을 도맡으며 중진국 문턱은 가뿐히 넘었으나, 그들이 보인 필요 이상의 자만심과 오만한 횡포는 스스로를 향하는 부메랑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이대로는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공산이 매우 높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