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위원장... 향후 어떻게 될까?

시와 칼럼 2024. 1. 2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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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바다는 잔혹한 측면이 있다. 권력자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게도 한다. 권력이 국민 평균 안목과 기대심리에 이르지 못하거나 또는 권한 행사가 민심에 크게 반하게 되면 몰락을 재촉하는 촉매가 된다. 그러한 현상이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에는 권력 자체를 휩쓸어버리는 노도로 돌변한다.

한국은 중국, 일본 등과 함께 동아시아 유교권에 속한다. 역사적 접점도 넓다. 하지만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정부 기관에 대한 높은 대민 서비스 요구, 공공재 시설 또한 보다 상향된 인식을 드러낸다. 비교적 쾌적한 지하철, 모범적 공공화장실, 상대적으로 빠른 행정 처리 등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적 극단성 또한 유별나다.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성향을 지닌 70% 안팎의 각기 다른 지지층이 양분된 채 상존한다. 그 중심부에 놓인 부동층이 선거 판도를 좌우한다. 이는 1당 독재체제인 중국과는 뚜렷하게 다른 양태다. 사실상 1당 지배체제인 일본과도 많은 점에서 다르다.

한국의 대통령 권력은 5년이다. 임기 동안의 성패 여부를 떠나 기한이 다하면 영구히 직에서 물러난다. 국회의원은 4년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후 재도전에 나설수도 있으나, 당내 경쟁부터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 다선인 경우에는 파벌 다툼 등에 따라 떠밀리다시피 정계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총선을 앞둔 지금, 거대 양당의 공천 파열음이 적잖다. 특히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유독 심하다. 자당 공천장이 곧장 당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인 듯싶다. 그런만큼 선거 때가 되면, 공천권 유불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염라대왕이 되는 셈이다.

우리 선조들은 왕정 시절에도 사람이 하늘이라고 여겼다. 즉 '인내천'이다. 억눌려 살면서도 민란이 적잖았던 역사적 사실이 그것을 웅변한다. 그러면서도 외세의 침략 앞에서는 결사 항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면면이 이어지는 민초들의 애국심과 역동성이 오늘의 우리를 이끄는 잠재된 힘의 원천이다.

어느 권력이나 주어진 시간은 같고 그에 따른 민심의 냉정한 평가가 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이후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현재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크게 웃돈다. 각료와 참모진 인선에 있어서 국민적 시선이 따가운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극우 유튜버 수준에 불과한 사람도 있다는 혹평이 나온다.

그 외 다른 문제까지 겹치며 여권의 총선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그로부터 구원투수 임무를 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판하게 됐다. 총선 전망에 대한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국민의힘 지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중도층 반응도 사뭇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로 반전되는 양상이다.

그 이전까지 윤석열 정권 심판 구도의 총선 흐름이 한 위원장 등판 이후로는 이재명-한동훈 대결로 치닫는 느낌을 준다. 여권 총선을 이끌만한 전략과 재원 측면에서 절대적 열세로 여겨지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한줄기 빛과 같다. 총선에서의 정당별 전체 의석수 전망도 시간차가 요구될 정도다.

그런 가운데 불거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설은 여권발 선거 악재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공멸을 향한 매우 위태롭고 불안한 지점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 압력을 일체 거부한 가운데 일단락됐다. 문제는 향후 공천 등에 따른 마찰이 재현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선 중요하게 여겨야 점은 올곧은 인재 발굴 통한 공천이다. 그간의 고리타분한 국민의힘 색채에서 탈피할 수 있을 때 확실한 반전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아직 여권이 불리한 총선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무작정 대통령실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것으로 여권 총선은 참패로 귀결될 위험성이 높다.

더욱이 총선 이후에는 대통령 임기 종료 때까지 여권 내에서 공천을 걱정할 이유가 하등 없게 된다. 윤 대통령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 가운데 국회 의석수까지 야권에 크게 밀릴 경우, 대통령실은 사실상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 특히 국정지지율마저 낮아서 어려움은 배가될 수 있다.

따라서 예견되는 여러 난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 총선 참패만은 막아야 하는게 윤 대통령 입장이다. 자기 사람 위주의 공천을 고집하는 대신 한 위원장이 소신을 갖고 좋은 자원을 공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는 이유다. 이는 향후 윤 대통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되겠기에 그렇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