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김정은, 조건부 전쟁 가능성 열었나?

시와 칼럼 2024. 1. 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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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들어서기 무섭게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뚜렷하게 포착되면 선제타격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른바 '킬체인'이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김정은 참수작전을 거론하는 등 곧장 전쟁을 치를듯한 태세의 연속이었다.

최근 북한도 "대한민국 족속들을 주적으로 단정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그간 지칭했던 남측 또는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국호를 그대로 사용한 점도 예전과는 다르다. 이는 남북 문제를 민족의 개념으로 여기지 않고 상호 교전하는 국가로 여기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아울러 "남과 북은 동족이 아니다", "통일도 영원히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한이 북한에게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대한민국을 완전 초토화시키겠다"는 발언도 동원됐다. 윤 정부의 대북 적대책과 '9·19 군사합의' 폐기 이후 북한의 연이은 말폭탄이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여기서 유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은 남북 공히 조건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남한이 내건 선제타격에는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뚜렷할 때로 한정된다. 북한이 남한을 완전 초토화하겠다는 것 또한 남한이 북한을 상대로 무력 사용을 기도할 경우라는 조건이 걸린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마하 10'(시속 1만2240km) 이상 속도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핵으로 미국을 압박하거나 또는 유사시 타격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안보문제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지금보다 더 궁지로 몰릴 경우 군사적 해법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 북한을 겨냥해 남한 정부가 뺨을 때려준 형국이 됐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해 온 북한이 대남 압박마저 최대치로 끌어 올릴 틈을 열어주고 만 것이다.

이를 의식한 미국은 북한을 강력 비판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며 "반복적인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들과 긴밀히 상의해 대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보면 남한이 먼저 북한을 주적으로 내몰며 대결적 구도를 조성한 측면이 강하다. 그에 따른 북한의 강경 대응이 뒷따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자 놀란 미국이 오히려 그간의 비핵화 대북정책에서 이제는 평화공존으로 태세전환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북한 입장을 예측해 보면, 남한 반응에 따른 강대강 충돌이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 '북중러'로 결속되면서 북한은 그 이전에 비해 잃을 것이 없다. 하지만 남한은 한반도 전체에 군사긴장이 올라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경제 전반이 불리하게 전개될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남북 공히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휴전국가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전쟁 위험성 또한 상시 존재한다. 이는 단지 북한만을 상정한 것이 아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군사력 우위 확보와 방위태세는 제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길을 열어준 측면은 불찰이다.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문제는 미국 안보에도 크게 불만일 수 있다. 남한 정부의 메시지 등에 있어 상황 관리가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원하는 속내가 클 것임도 자명하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남한이 돌봐야 한다. 그것은 비겁함이 아닌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대화, 소통,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어필해야 된다. 미국 또한 한반도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종래엔 자신들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다 깊이 자각할 일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